최순실 연루 은행·보험사 의혹, 적절한 해소 필요
국민 감정적 해소 안 되면 리더십 붕괴속도 빨라져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최근 한 달 가량 우리 국민들은 리더십이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붕괴되는지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또 한 번 ‘화무십일홍’과 ‘권불십년’을 떠올리면서 권력이 무상하다는 것을 현재진행형으로 체감하고 있다.

그 덕에 5년에 한 번씩 권력의 말기적 증상을 체험하게 되었고, 이와 관련해서는 전 세계 어느 국민보다 더 잘 알게 되었다.

문제는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에 의한 리더십의 붕괴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리더십이 무너지면 필연적으로 리더십의 공백으로 인한 권력의 진공상태가 발생하게 되고, 그 진공상태가 각종 이슈를 빨아들이는 한편 사건의 파장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그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 모두가 고스란히 입게 된다.

기업들도 리더십이 붕괴되면 동일한 현상에 처하게 된다.

개인적인 실수 내지 부적절한 언행에서 대체로 발생하는 CEO리스크. 그 초기 대응과정에 실패하면 급격하게 지지기반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는 현재 정치적 이슈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의 수사도 임박해 있다. 게다가 금융권도 연루되어 있다. 다만 정치적 사안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권력의 공백에 의한 고요함을 잠시잠깐 맛볼 뿐이다.

물론 금감원에서 관련 은행들에 대한 감사를 통해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므로 실제 무풍지대에 들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KEB하나은행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0%대 후반의 금리로 특혜대출을 해준 것 아닌가에 대한 의혹에 대해 금감원이 감사했으며, 최근 절차를 어긴 것은 없다고 종합검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IBK기업은행은 스타트업 육성 등 정부의 창조경제 사업과 관련, 민관 합동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 세워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수천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사업 협약을 맺은 것과 관련해 의혹을 사고 있으며, KB국민은행도 최순실씨 소유 신사동 건물에 대한 담보대출 등에 특혜가 주어졌는지에 대한 의혹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은행보다 더 다급한 곳은 최순실 씨가 개입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한 보험사들이다. 미르재단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25억원을, K스포츠재단엔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등이 각각 30억원, 24억원, 10억원 등 총 119억원을 기부했다.

이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연장선에서 진행됐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재 대기업들의 출연과정에 대한 외압과 관련, 다양한 증언들이 돌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 금융사의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정황에 이르렀다.

금융권과 관련한 의혹은 금감원과 검찰의 수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이 순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의 자괴감과 상실감은 감정적 해소가 완전히 이뤄지기 전까지 내연할 것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심에 있지 않은 기업들이 나서서 의혹을 해소시킬 수도 없다. 괜하게 오해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 신속하게 문제에 대한 해명과 적절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리더십 붕괴과정은 적절한 사과의 시기와 규모에 문제가 있었고, 언행의 불일치가 확인되면서 더욱 증폭되었다는 점을 금융권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특히 리더의 사과가 진중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붕괴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는 것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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