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사장단 만찬주로 선정된 바 있는 당진 신평양조장의 백련양조문화원 내부 전경. 각종 양조 장비 및 누룩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가운데 큰 나무통은 일제 시대 때 일본식 청주를 빚던 발효조이다.

차별화된 맛 찾아 연잎 넣은 백련막걸리 생산
‘찾아가는 양조장’ 레스토랑 ‘셰막’ 젊은층 공략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변신하지 않으면 새로운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를 담고 있는 오비디우스의 책 이름이 <변신이야기>일정도로 신들은 변신의 귀재였다. 물론 변신은 고대인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역사 속에서 성공을 거둔 인물들은 모두 변신에 능한 사람들이었다.

위기의 순간,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가치가 떠오르는 시기, 즉 경계에 처해 있을 때 답은 변신에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바뀔 수 있는 기업만이 승자의 타이틀을 갖는 세상이다.

막걸리도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2009년 막걸리 붐이 일면서 되살아나긴 했지만, 여전히 막걸리는 대중적이지 않다. 부정적인 선입견이 아직 남아 있는데다 생막걸리의 유통기한과 유통체계의 문제점 등으로 지역 맹주(대도시 막걸리) 중심의 시장이 고착되어 전통주 술도가들의 확장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 같은 막걸리 업계의 한계를 벗어 던지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지역 양조장이 있다. 당진에 있는 신평양조장이 그 주인공이다.

연전에 TV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두 차례 소개돼 막걸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익숙한 양조장이기도 하다. 특히 백련막걸리(백련 맑은 술)가 2014년 삼성그룹 사장단 만찬주로 선정되면서 막걸리전문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술이 되었다.

   
▲ 신평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막걸리와 청주. 좌측으로부터 ‘백련 맑은 술’ ‘백련막걸리 미스티’(살균), ‘백련막걸리 미스티’(생), ‘백련막걸리 스노우’.

신평양조장의 첫 번째 변신은 2대째 사장인 김용세 대표로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술맛, 즉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술맛을 찾고 있던 김 대표는 수덕사 방장스님이셨던 벽초 스님이 예전에 귀띔해주었던 연잎차를 떠올린다. 기존 막걸리와 차별화된 맛을 내기 위해 스님들이 즐겨 마시는 연잎차의 아이디어를 술로 연장시켜 연잎을 넣어 발효시킨 백련막걸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또한 페트병이 주를 이루는 막걸리 시장에 유리병을 사용하면서 고급주로서의 이미지를 추구하였고, 최고의 술맛을 내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의 결과는 2012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살균막걸리부문 대상과 2015년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 부문 대상으로 이어졌다.

이어 신평양조장은 지난 2013년 농림부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한 이후 미곡창고건물을 우리 술의 양조와 관련한 문화관으로 개조시켜 지난해 ‘백련양조문화원’으로 오픈했다. 이 공간에는 1933년 이후 현재까지 신평양조장에서 사용한 각종 도구는 물론, 술과 관련한 역사적 자료 등이 전시돼 있어, 한 눈에 우리 술 문화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누룩과 술과 관련한 체험학습 및 토크 콘서트 등을 진행시켜, 자연스럽게 양조장을 찾는 발걸음을 늘어나도록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양조장의 변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양조장이 살아나는 방법은 대도시 공략이지만 대자본과의 정면승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에, 신평은 백련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을 서울에 차린다. 그것도 전통주점의 이미지를 벗어나 서구적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가로수길 등에 연 것이다. 이름은 ‘셰막(Chez Maak)’. 뜻은 ‘막걸리집에서’정도의 의미란다.

3대째 김동교 대표는 또 다른 변신을 모색 중이다.

술을 빚는 밑재료인 당진 해나루쌀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5개 업체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쌀가공품 생산을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막걸리와 지게미을 이용해 카스테라와 앙금빵 등을 생산하고, 내년부터는 친환경 쌀을 재료로 활용하기 위해 계약 재배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감미료를 넣지 않고 쌀과 누룩, 그리고 물로만 빚는 프리미엄 막걸리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전통주와 차별화된 맛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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