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정산성막걸리의 유청길 사장이 산성막걸리의 독특한 맛을 이끌어내는 누룩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있다.

막걸리 최초 민속주 지정, 14대째 내려오는 술빚기
애주가 유혹하는 시고 단 맛, 동래파전과 마리아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동래파전과 금정산성막걸리는 부산 맛 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리아주다. 시고 단맛으로 다가와 알코올의 묵직한 맛으로 정리되는 술맛 자체가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사람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으며, 파와 해물이 가득 올라간 파전은 다른 도시에서 쉽사리 볼 수 없는 맛을 냈기에 맛을 찾는 사람치고 한 번쯤 이 조합을 찾아 부산을 향했을 법한 음식이기도 하다.

1979년, 막걸리 중에 처음으로 민속주로 지정받아 누룩으로 빚는 막걸리의 명맥을 그나마 잇게 된 금정산성 막걸리.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탄압받았고, 또 아이러니하게 그의 손길에 의해 민속주로 부활한 술. 그래서 우리 막걸리의 어두운 역사를 한 몸에 안고 있는 술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술이기도 하다.

지금은 산성마을 사람들도 웃으면서 추억처럼 말을 건넬 수 있지만, 민속주로 지정되기 이전의 마을사람들은 세무서 공무원들과 숨바꼭질하며 누룩과 술을 감추었고, 또 생계를 위해 업고 있는 아이까지 팽개치고 골목으로 피해 다녀야 했다.

일제 때 발효된 주세법에 따라 양조 면허를 내지 않고 술을 빚을 수 없었던 데다, 1965년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발표하면서 쌀로 빚은 막걸리를 일체 금지시켰기 때문에 산성마을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했다. 그나마, 민속주로 지정받아 누룩으로 빚는 막걸리의 원형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14대째 금정산성에서 우리 밀로 띄운 납작하고 피자모양을 한 누룩과 누룩방 내부 모습.

누룩으로 술을 빚는다는 것은 그렇다면 어떤 차별점이 있는 것일까?

우리가 보통 마시는 서울 장수, 부산 생탁, 대구 불로, 인천 소성주 등의 대도시 막걸리는 전통 누룩을 대신해 일본식 입국으로 술을 빚는다. 쌀에 백국균 내지는 황국균만을 입혀 사용하는 발효제라고 보면 된다. 백국균은 흔히 술의 신맛을 좌우하며, 황국균은 고소하고 단백한 맛을 낸다고 한다.

대도시 막걸리는 대체로 백국균을 이용하며, 양조장에 따라 백국과 황국을 혼합해서 술을 빚기도 한다. 이밖에도 술을 빚는데 들어가는 흑국균이 있는데, 이는 색이 검어서 흑국균이라 불리며, 주로 오키나와 지방에서 소주를 빚는 원주에 이용된다. 이처럼 단일 균류로 술을 빚는 이유는 술 제조공정의 안정적 관리와 균일한 맛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양조업계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누룩은 백국과 황국, 흑국 등이 모두 들어 있어 술의 맛이 일본의 청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맛을 낸다. 즉 시고 단맛과 알코올 쓴맛까지 누룩은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더욱이 금정산성막걸리는 쌀 160kg을 술로 빚는데 누룩 40kg을 사용하고 있다. 즉 보통 술을 빚는데 들어가는 누룩의 양은 9~20% 정도인데 산성막걸리는 이보다 많은 25%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청길 대표는 14대째 누룩을 띄우면서 빚는 막걸리 제조법을 그대로 따를 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산성막걸리는 바디감이 다른 술에 비해 강하다. 미디엄 바디 이상의 바디감, 그리고 신맛은 진한 안주와의 페어링도 잘 이끌어낸다.

그래서일까, 최근 일본의 양조장들도 안주와의 마리아주를 추구하면서 누룩 양을 25%까지 넣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고 한다.

금정산성막걸리는 최근, 농림부 지정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돼 다양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 생탁에 비해 턱 없이 적은 양이지만 기존의 1공장(전통 방식) 외에 현대식 생산공정을 갖춘 2공장을 운영하면서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또한 원래의 누룩방도 다시 개축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누룩으로 빚는 술의 원형을 찾아 나서는 관광객들에게 산성막걸리가 어떻게 만들어져왔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박물관도 다시 재정비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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