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 시대

체류 외국인 증가에 관련 금융시장 ‘쑥쑥’
외환송금센터 및 글로벌투자유치센터 허브화
의료-금융서비스 연계하며 수익 창출에 전력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지난 9월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이 200만명을 돌파했다. 8월에 비해 2.3%(4만5427명)가 늘어난 203만6163명을 기록한 것이다. 이 중 등록외국인은 116만445명을 나타냈고, 취업자격 체류외국인 61만642명, 외국인 유학생은 12만2082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국내에 머물며 본국으로 송금을 하거나 환전을 하고, 직접 투자까지 진행하는 등 다양한 금융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이용하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각 은행이 보유한 현재 외국인고객 수를 통해 현재 관련 시장의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다. KEB하나은행에 등록된 외국인 총 고객수는 217만명으로 KEB하나은행이 외환시장에서 보유한 입지와 비활성고객, 중복고객, 휴면고객을 모두 감안했을 때 이는 현재 외국인 고객의 최대치로 평가된다. 그럼 실제 활발히 은행에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수는 얼마나 될까.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실제 활동하고 있는 계좌수를 문의한 결과 각각 60만명과 82만명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기업은행의 경우 더 구체적인 자료를 내놨다. 기업은행은 올해 기업은행 계좌를 통해 급여를 받은 외국인고객이 15만2000명이라고 알려왔다.

이처럼 금융거래를 이용하고 있거나 앞으로 이용하게 될 외국인고객의 실체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은행들은 관련 영업 전략에 박차를 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라이벌 은행보다 대처가 늦을 경우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지는 창간 21주년을 기념해 현재 국내은행들이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외국인고객 유치 전략에 대해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기본 경쟁시장 “송금·환전”
은행들은 과거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송금 및 환전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최근에는 핀테크기술을 접목하거나 해외 자금결제서비스 업체와 제휴를 통해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추세다.
국내 은행은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외환송금센터를 활성화하고 있다. 수익이 일정한 외국인근로자에게 급여통장을 만들어주거나 자금정산서비스를 제공하고, 본국으로의 송금과 환전을 돕는다.

국민은행은 4곳(경안지점, 서울오장동지점, 안산 원곡동지점, 경남 김해지점)의 외환송금센터를 보유 중이다. 외환송금센터는 평일에 은행을 방문하기 어려운 외국인로자를 위해 주말에도 은행 문을 열고 있다.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일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외국인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실시한다. 금융서비스는 외화 환전·송금, 원화·외화예금 신규·해지, 카드발급 및 출국만기보험 지급대행을 제공한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이주여성을 상담직원으로 채용해 송금센터를 방문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언어 통역서비스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원곡동지점의 경우 일요일 하루 평균 300~400명의 외국인이 방문한다”며 “대한의사협회에 협약을 맺고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정기검진을 실시하는 부가서비스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안산 원곡동에 외환송금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 안산 원곡동 외환송금센터는 뛰어난 실적으로 주목받은 곳이다. 2012년 개설 첫해 2000명에 불과했던 고객수가 2014년 말 기준2만여명으로 늘었으며, 수신고는 10억원에서 150여억원으로 15배가 급증했다. 이러한 실적 향상을 뒷받침한 계약직 직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승진시키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으며, 출장소에서 지점으로 승격되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채널 이용고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안산 원곡동센터의 외국인고객 방문수는 한달 평균 4000~5000명에 육박한다”며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우리은행을 이용한 외국인근로자의 해외송금액도 1억9000만달러로 상당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KEB하나은행은 외국인근로자의 금융거래 편의를 위해 일요일만 운영하는 일요송금지점을 혜화동과 송우리에서 운영 중이며,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특화점포 총 18곳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 유치” 트렌드로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은행권의 외국인유치 전략은 투자자유치를 위한 전문센터 출범이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국내 굴지의 은행들은 외국인 VIP고객을 위해 글로벌투자센터를 개점했거나 준비 중이다. 투자센터를 기반으로 외국인투자자에게 각 은행 고유의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8일 제주도 제주시에 글로벌투자지원센터를 개점했다. 글로벌투자지원센터는 리조트와 호텔, 카지노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금융서비스와 외국인 VIP고객을 위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또 중국 고액자산가를 위한 맞춤 자산관리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중국인 직원을 배치했다. 본점의 WM자문센터의 부동산세무전문가도 파견해 외국인 PB서비스 기반도 마련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신한 IFC(International Finance Center)를 출범하고 글로벌 영업에 나섰다.

신한 IFC는 국내 체류 외국인과 외국인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종합금융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해 자산관리, 외국인직접투자(FDI), 개인금융 등 분야별 전문가를 배치했다.

또한 해외 현지법인과 기업금융 업무 역량이 뛰어난 외국인직접투자전문가와 외국인전용 영업점 근무경험과 어학능력을 갖춘 자산관리전문가도 배치했다.

신한 IFC는 외국인 투자신고, 외국인 개인고객 금융상담 등의 특화서비스를 전국 150개 외국고객 전략점포와 협업을 통해 제공한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은 국내 거주 외국인 고액자산가와 자산관리를 위해서 PWM서울파이낸스센터와 PWM스타센터를 글로벌 PWM센터로 지정하고 글로벌전용상담창구와 상담실을 마련해 전담PB 팀장을 배치했다.

또 IPS(Investment Products and Services)본부 내에 글로벌SP(Solution Partner), 세무전문가, 부동산전문가를 배치하고 신한 IFC와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외국인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국내 자산관리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도 외국인 전용PB센터를 통해 중국인 고액 자산가 공략에 나섰다. KEB하나은행은 외국인 전용PB센터인 IPC(International Private Banking Center)를 서울과 강남에 개점한데 이어 부산에도 추가 개점할 계획이다. IPC의 주요 고객은 중국인 자산가들이다. 이들을 위해 IPC는 중국인 전문가들로 인력을 구성해 중국인 PB를 뽑는 한편, 중국어로 된 투자설명서와 금융상품 안내서를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IPC는 중국인 자산가들의 국내 직접투자를 유치하고 중국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 인수합병 관련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틈새시장 공략 “의료관광 활성화”
국내 은행들은 정부의 의료서비스 산업 활성화 전략에 발맞춰 의료관광 금융서비스 향상에도 주력하고 있다.

의료관광 활성화에 가장 앞서 있는 은행은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상품을 개발하고 제휴병원도 확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병원과 외국인 환자를 연결하는 ‘메디컬 결제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치료 종료 후 환자 동의를 거쳐 은행이 병원에 치료비를 지급하는 결제 서비스다. 외국인 환자는 안전하게 치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고 병원은 편리하게 자금을 정산할 수 있다. 환자의 채무불이행 위험부담도 줄일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메디컬 결제서비스 확대를 위해 올 한해 병원과의 업무협약에 집중했다. 올해 자생한방병원, 원광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과 연이어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외국인 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받고 의료비를 결제하는 과정에서의 편의성을 향상했다.

우리은행도 의료관광 활성화를 시도한다. 우리은행은 최근 제주한라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외국인 VIP를 대상으로 공동마케팅을 추진하고, 중국 고액자산가의 건강검진을 지원하는 의료관광 고객 유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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