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핸드 "왜 로보어드바이저를 빅데이터로 포장하나"

빅핸드테크인베스트 박상현(좌), 김준엽(우) 대표
딥러닝 AI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이 나왔다. 오랜 시간 시스템 트레이딩 분야를 연구해온 빅핸드테크인베스트(이하 빅핸드)의 김준엽, 박상현 공동대표는 2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아이리(IRI)'를 출시했다.

핀테크 열풍과 함께 시중에는 많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업체가 존재하고 굵직한 금융회사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출시한 곳도 상당수다. 빅핸드는 빅데이터로 불리는 SNS 정보나 환경적인 요소보다 시스템 트레이딩에 가장 기본적인 수치적 거래정보를 바탕으로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빅핸드 알고리즘이 시중에 나온 로보어드바이저와 무엇이 다른가.

최근 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자사의 알고리즘에 SNS나 부가적인 정보들을 빅데이터로 활용해 분석하고 있다. 방대한 빅데이터 활용은 장점도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수한 데이터를 유의미한 결과로 도출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도화된 기술력이 요구된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배제하고 ‘시스템 트레이딩’이라는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다. 요리를 할 때 원재료만으로도 훌륭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금융시장 분석도 가장 기본적인 시가, 종가, 거래량 같은 수치적인 거래 정보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더구나 아이리는 수치를 통한 현 시장의 흐름 파악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직접 거래를 경험하며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고도화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다.

시스템 트레이딩을 학습한다는 의미가 모호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알파고’와 같은 개념인가.

지금 출시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시장이 급변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시장이 안정됐을 때의 말이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사람이 찾은 기술적 분석을 통해 규칙을 정형화하고 프로그래밍해 자동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기술로 시시각각 변하는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구글의 알파고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알파고 논문을 분석하며 아주 사소한 관점의 차이로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음을 발견하고 아이리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개별 종목별 분석에서 나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전체 시장상황을 분석하고, 시장의 변화를 과거 시점과 비교해 감지 및 판단함으로써 금융위기 및 변동성에도 빠른 대처가 가능하도록 구현해 냈다.

은행의 PB를 비롯해 시중에는 이미 다양한 투자자문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스타트업인 빅핸드는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인가.

빅핸드는 직접 운용이 아닌 자문서비스 위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고객의 자금을 받아 직접 운용까지 하는 것은 스타트업으로서 장벽이 너무 높다고 판단했다. 대신 내부 주주로 참여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은 직접 운용할 계획이다.

우리가 특화로 하는 서비스는 일반 고객 및 기업이 투자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 자문서비스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증권 방송국과 서비스 제공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아이리의 자문을 받은 고객들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투자를 진행하게 된다. 사용자가 자신의 투자자금, 거래소(업종), 인공지능 실적 상위종목, 리스크 비율, 투자유형 등을 입력하면 성향에 맞는 종목 포트폴리오를 보고서 형식으로 받게 된다.

보고서에는 인공지능이 거래한 ROI 및 순이익, 총이익 및 총손실, 연환산 수익률, 손익요인, 최대 리스크, 총거래수, 이익거래 및 손실거래 등 상세거래 내역을 볼 수 있으며 월 이용료는 관심종목 하나당 6000~8000원 사이로 책정할 계획이다.

학교 졸업 직후 바로 창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10년 동안 공동대표를 유지해온 비결이궁금하다.

우리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으로 졸업 직후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해 지금까지 10여년을 함께 하고 있다. 완전히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둘 다 새로운 길을 가고 남들이 하지 않는 도전에 희열을 느끼며 지금까지 함께 해온 것 같다.

창업 후 2009년 시스템 트레이딩 분야에 뛰어들어 다수의 트레이딩 시스템과 증권사 및 투자자문사의 자금을 운용해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 빅핸드 AI연구소를 개설한 후 지난 7월 빅핸드테크인베스트 법인을 설립했다.

우리 스스로 기술력은 보장한다. 하지만 사업은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 PC방 관리프로그램인 런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을 당시 좋은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팔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상품화하는데 실패했다. 우리가 내놓은 아이디어를 대기업에서 차용해 엄청난 히트를 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10년의 실패와 도전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쉽게 가지기 어려운 경험이 됐다. 우리는 이제 아이리로 마지막 도전을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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