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홍성우 수석연구원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홍성우 수석연구원.
최근 전자, 정보기술(IT), 인공지능 등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원천기술 확보와 시장 선점을 위해 각국의 정부와 자동차 제작사, IT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일부 시장조사기관은 2035년 신(新)차시장의 75% 이상을 자율주행차가 점유할 것이라며, 교통사고 원인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운전자 과실을 줄여 획기적인 사상자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주행환경을 인식해 위험을 판단하고 주행경로를 계획할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주행 조작을 최소화해 스스로 안전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지칭한다.

이에 필요한 기술은 자동차 데이터 수집(센서), 데이터 처리(프로세서), 시스템 제어 장치(액추에이터), 운행에 대한 판단 결정(알고리즘) 등이다.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운전자의 판단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인 알고리즘 기술이다. 자동차업계보다 IT업계가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도하는 이유가 바로 인공지능 관련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운전자 상태감지 시스템(Driver State Monitoring System·DSMS), 동작인식(Motion Recognition),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 등 운전자의 동작 상태를 인식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어 한층 친화적이고 정교화 된 자율주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자율주행차시대가 도래하려면 앞서 언급된 기술들의 완성도가 무결점 수준이어야 하고, 자율주행차만 운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술적, 법적, 윤리적 난관이 있어 자율주행차 전용구간을 제외하고는 보편적으로 첨단운전보조장치(Advanced Driving Assistance System·ADAS)가 장착된 자동차가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후 ADAS 장치의 장착율이 높아지면서 점진적으로 낮은 레벨의 자율주행차가 보급될 것이고, 다양한 교통사고 상황을 고려한 높은 레벨의 자율주행차가 출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제작사는 2020년 상용화, 2035년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대중화는 등록 대수 기준 50% 정도를 차지하는 2050년경으로 예상된다.

이미 상용화된 ADAS 장치는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ACC), 주차 조향보조시스템(Intelligent Parking Assist System·IPAS), 차선 이탈경보시스템(Lane Departure Warning System·LDWS) 등 부분적으로 자율주행을 구성하는 장치들이다. 자동차 제작사, IT업체들은 도로구간 등에 특정 조건을 설정하고 ADAS 장치들을 조합해 일부 구간에서 부분적인 자율주행을 시연하고 있다. ADAS 만으로는 부분적 자율주행만 가능하고 완전 자율주행차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식, 판단, 제어 기술이 무결점에 이르는 수준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정부 주도 하에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최근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선정해 향후 8년간 핵심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렇듯 기술적 측면에서는 IT업계의 자동차 사업 진출, 제작사의 사활을 건 경쟁적 투자, 정부의 전폭적 지지와 맞물려 자동차의 수퍼컴퓨터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비해 법과 제도 분야에서는 현재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자동차 관리 및 도로교통법상 규제 정도만 해소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비엔나 협약이 개정돼 ‘운전자는 항상 차량을 제어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운전자가 제어할 수 있는 한’으로 바뀌어 자율주행이 가능토록 했고, 미국, 유럽연합(EU) 등 비엔나협약 가입국(73개국) 대부분은 운전자가 탑승하는 것을 명시하는 등 국가별로 세부 규제 사항을 추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자율주행차의 안전에 관한 15개 범위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미국 전역에서 자율주행차의 테스트와 실질적 주행이 가능토록 했다. 이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자율주행 산업 발전을 촉진하면서 주행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내는 자율주행차 개발 속도를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율주행차가 판매되기 시작해 수동주행차, 부분적 자율주행차, 완전 자율주행차 등이 혼재되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 등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의 가이드라인 등을 참조해 법규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자율주행기술의 핵심인 ADAS의 사고율 감소 효과에 주목하고, 장치별 성능 평가와 효과 분석 결과를 보험료에 반영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ADAS는 운전보조장치로서 교통사고를 예방과 경감을 목적으로 국가별로 설치 의무화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안전벨트, 에어백과 같이 인적담보(상해 경감)의 피해 규모를 줄일 뿐만 아니라 물적담보(수리비 상승 요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에는 영국, 2014년에는 독일 등이 긴급상황 자동 브레이크(AEB) 기본 장착 모델의 성능 평가 결과를 보험료 차등화제도에 반영하고 있다. 일부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같은 기능의 ADAS라도 차량 브랜드, 모델별로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평가 기준을 마련해 차량모델별 등급화가 필요하다.

또 전자화 된 자동차로부터 주행과 관련된 정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고도화되고 표준화된 사고기록장치의 개발 및 탑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확한 사고 분석을 통해 신속한 사고 처리를 가능토록 하고 분쟁을 해소해 교통사고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동안 만연해 있던 보험사기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개념은 아주 오래 전부터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의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하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 기술이 각광받으면서 교통사고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기술적, 사회적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선을 다해 극복하고 완전 자율주행차시대로 무난히 넘어가 교통이 편리하고 교통사고로 피해를 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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