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함양의 솔송주 공장에서 박흥선 대표가 건넨 두 잔의 시음주. 시중의 소주 정도의 도수의 술로 옅은 솔향이 나는 증류주다. 최종적으로 어떤 맛으로 시장에 선을 보일지 ‘담솔’의 우리숲품평회 수상이력에 빗대 기대해본다.

은은한 솔향에 영남선비 기품 담긴 전통주
우리술품평회 6년 연속 수상한 ‘술의 명가’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처음 내는 술을 마시고 술맛과 의견을 내는 일은 힘든 일이다. 특히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더욱 그렇다. 경남 유일의 무형문화재(제35호)이자 식품명인(제27호)인 박흥선 대표는 경남 함양의 명가원을 찾은 기자에게 두 잔의 증류주를 권했다.

명가원을 대표하는 술은 ‘담솔’과 ‘솔송주’. 담솔은 전통주 최고의 품평회인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빠짐없이 수상(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등)한 증류주 스타일의 리퀴르이다. 그 술의 원주라고 할 수 있는 솔송주는 530년 동안 하동 정씨의 가양주로 집안의 대소사에서 쓰인 술이다.

두 술은 각각 40도와 13도의 알코올 도수를 지닌다. 박흥선 대표가 건넨 두 잔의 술은 그 중간 정도의 알코올 도수였다. 마시며 생각이 든 것은, 고도주 시장에서 안정적 성장을 하고 있는 담솔과 차별화시키기 위해 시중의 소주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술을 찾는 박 대표의 고민이었다. 어쩌면 이 고민은 전통주 업계가 생존을 위해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생존이 몸짓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이렇게 경상 선비들이 뼈대 있는 마을을 칭하는 관용어 ‘좌안동 우함양’의 인연은 술맛을 찾는 일로 시작되었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왼쪽의 안동과 오른쪽의 함양은 모두 유명한 학자와 인물을 많이 낸 지역이라고 한다. 그중에 함양을 대표하는 인물은 일두 정여창 선생이다. 동방5현(한원당 김굉필, 일두 정여창, 정암 조광조, 회재 이언적, 퇴계 이황) 중의 한 사람으로 불릴 정도로 조선시대 내내 학문과 인품이 높이 칭송된 인물이라고 한다.

   
▲ 함양 개평마을은 동방5현 중 한 사람인 일두 정여창의 고택이 있는 곳이다. 530년 동안 내려온 하동 정씨 가문의 가양주 ‘솔송주’를 온전히 전수받은 박흥선 대표와 개평마을에 있는 솔송주 문화원 전경.

이 집안에서 530여년 동안 ‘봉제사 접빈객’의 중심역할을 한 술이 바로 솔송주이다. 원래 ‘송순주’라는 이름으로 내려왔으나 상업화 과정에서 먼저 술이름을 사용한 곳이 있어서 솔송주라는 이름을 채택했다고 한다.

하동 정씨 집안에 시집을 와 시어머니 이효의씨로부터 술을 배운 박흥선 대표가 솔송주 공장을 세운 것은 21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집안에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술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주류면허로 이어진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솔송주는 솔잎과 송순이 들어가는 술이다. 봄철 지리산에 지천으로 자라는 소나무에서 새순을 채취해서 연중 술 빚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전통주에서 솔잎과 송순을 사용하는 이유는 은근하게 다가오는 솔향이 주는 술맛도 일품이지만 술이 잡균에 상하지 않게 하는 소독의 의미도 담긴다고 한다.

솔송주는 멥쌀 고두밥으로 밑술과 덧술을 한 이양주 형태로 빚어진다. 덧술까지 멥쌀 고두밥을 이용하는 것은 술의 단맛보다는 드라이한 술맛을 취한 까닭으로 보인다. 덧술을 하면서 솔잎과 송순을 넣어 여름철에는 25일 정도 저온에서 발효숙성시키고, 겨울에는 45~50일 가량 숙성시킨다고 한다.

옅은 푸른빛을 띠는 솔송주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듬성듬성 심어진 숲길을 걷는 듯, 옅은 바디감에 드라이한 맛을 뽐낸다. 술 한 모금에 따라오는 솔향과 가벼운 단맛은 재차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게 하는 묘한 매력까지 가지고 있다.

이 술을 증류한 담솔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연속 우리술품평회에서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을 거머쥐면서 전통주 업계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술이다. 일상의 기압보다 낮은 증류환경을 만들어 술을 내리는 감압식을 채택해 고도주가 갖는 날카로운 알코올 맛을 잡아낸 데다 2년 동안 숙성시켜 40도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목넘김이 부드러운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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