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전체 그림 놓치면 고통스럽고 모호해져”
나무와 숲을 같이 볼 수 있는 조직학습법 페북에 올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어떤 일을 집중해서 처리하다보면 전체 그림을 놓치고 매일 일어나는 일상에 치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은 머리를 떠나지 않지만, 왠지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기업을 경영하던, 직장 생활을 하던 누구나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그런 경우가 있었던 듯싶다. 지난달 27일 그의 페이스북에 다음의 글이 올라왔다.

“사업을 하다보면 비즈니스 모델은 잊어버리고 매일 매일의 숫자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눈앞의 문제에 더 주목하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중력이다. 전체적인 그림을 잊고 내리는 결정들은 더 고통스럽고 모호해진다.”

고통스럽고 모호해진 결정들을 내리게 되면 후속 조치들도 스텝은 꼬이게 되어있다. 최선의 결정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끌려가는 결정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능동성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일이 쌓이다보면 대개의 프로젝트들은 잘 해봐야 평범한 성과만을 내게 된다. 숫자만 바라보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을 개선하는 단기적 처방만을 내놓게 되고, 그 선택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근시안적 전략은 결국 부정적인 결과만을 내놓게 되는 것이다.

전쟁사 전문가인 임용한은 그가 번역한 <손자병법>에서 “한국의 경영은 비즈니스가 실종되고 매니지먼트만 강조되는 매니지먼트를 위한 매니지먼트가 되어 버린 경우가 너무 많다. 창의와 비즈니스를 제물로 바친 매니지먼트는 매니지먼트의 본질을 희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큰 틀에서의 비즈니스는 보지 못하고 소소한 매니지먼트 지상주의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상식을 허무는 새로운 도전을 우리 재계에선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나마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를 자주 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정태영 부회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독특한 학습법을 제시하고 있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을 두 파트로 나누어서 서로 다른 사업 내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각각의 입장에서 사업 계획을 수립한 후 이를 토론 발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브랜드 실명을 거론하며 한 팀은 파리크라상 본사를 가상 운영하고, 또 다른 팀은 던킨도너츠 본사를 가상으로 맡긴 후 토론을 하면, 같은 베이커리이면서도 도저히 같은 업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다른 발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재무와 영업, 인적 구성 등 전혀 다른 결과를 확인한 뒤 각각의 팀에게 “당신은 파리크라상을 운영하나요, 던킨도너츠를 운영하고 있나요.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으신가요?”라고 물으면, 그 질문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업이면서도 실제로 다른 사업 전개를 하고 있는 경우를 스터디하는 것으로 나무만 보는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 부회장의 결론은 “상품이 저절로 비즈니스 모델을 정해 주는 것이 아니며, 상품과 사업모델은 전혀 별개”라는 것이다. 즉 상품에 끌려 다니지 말고 상품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야, 매니지먼트를 위한 매니지먼트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위한 매니지먼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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