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행장 “진정성 있게 소비자 관리하자” 주문

기존 영업과 차별화 위해 ‘소비자관리혁신단’ 발족

   
▲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정치가 어지러워지면 경제는 그만큼 혼돈에 빠지게 된다. 날씨만큼 추워진 경제 환경, 그리고 정치적 어려움까지 가중되면서 각각의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책임져야하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되면, 자연스레 사람들은 ‘기본’을 떠올리는가보다. 공자는 제자 자공이 정치의 기본을 묻자 식량과 군대, 그리고 백성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중 하나만 고르라하자 주저하지 않고 ‘백성’이라고 말한다. 정치의 기본은 백성의 신뢰라는 이야기다.

백성의 신뢰를 얻어야 정치가 이뤄진다는 이 의미는 《대학》에선 “근본이 어지러운데, 말단이 다스려지는 경우는 없다(基本亂而末治者否矣)”로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한서》에서 ‘정본청원(正本淸源)’으로 발전한다. ‘근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을 가진 이 성어는 결국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 기본은 정치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사람 사는 이치가 같으니 경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살아남는 경우는 모두 기본에 충실한 경우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레고’의 부활이라고 말한다.

세계 최고의 완구기업인 레고는 지난 세기말 디지털 도구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1998년, 창립 이래 최초의 대규모 손실을 보았고 CEO 등 경영진도 교체됐다. 활로를 찾기 위해 영화, 놀이공원, 비디오게임 등의 콘텐츠와 연계된 변신을 꾀했지만 디지털 전문기업들을 능가할 수는 없었다. 막대한 누적적자로 2004년에는 폐업직전까지 내몰렸다고 한다. 여기서 레고를 살린 선택은 ‘기본에 충실하자’였다. 불록 쌓기를 통한 놀이와 교육이라는 원래의 취지에 맞게 취학전 아동용 레고와 함께 레고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키덜트들을 대상으로 한 5200개의 조각을 맞춰야 하는 스타워즈 모델까지 다양한 레고를 출시했다. 그리고 10년 연속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5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다.

지난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소비자관리혁신단’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출범시켰다. 이 조직은 은행 영업의 기본인 고객에 집중하기 위한 조직이다. 전국 영업점에서 선발한 소비자 관리혁신리더들로 구성된 이 조직은 기존 영업스타일이 한계에 부딪쳤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스타일을 찾기 위한 은행의 모색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의 기본이 백성이듯, 은행의 기본도 고객이다. 그래서 함 행장은 “영업의 기본은 손님관리”라고 말하고 중국의 모소대나무 사례를 소개한다. 씨를 뿌려 4년 동안 3cm밖에 자라지 않지만 5년째부터 하루에 30cm 넘게 자라는 모소대나무처럼 정성 어린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소비자를 관리하자는 주문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하나은행에서의 ‘기본’에 대한 이야기의 원조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아직 한보 사태는 터지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경제가 각종 위기의 징후로 가득했던 20년 전 김 전 회장의 은행장 취임일성이 바로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자”였다. 그리고 변화경영과 함께 자주 인용하는 그의 핵심 메시지 기조로 자리 잡았다.

KEB하나은행이 ‘기본’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은 어쩌면 IMF 위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던 시기에 선택했던 김 전 회장의 아이디어를 되살리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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