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그만두고 홍천에서 전통주 장인길 나서

자체 누룩 빚어, 마시기도 아까운 ‘석탄향’ 빚어내

   
▲ 변호사에서 전통주 장인으로 변신한 정회철 전통주조 ‘예술’ 대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별난 변호사의 자존심으로 빚어지는 막걸리와 청주가 프리미엄 전통주 업계와 애주가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화제였다. 잘나가던 헌법학자.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그의 책을 반드시 봐야 할 정도로 헌법학계에선 누구나 다 알아주는 학자였고, 전업으로 술도가를 열기 전까지 그는 충남대 법학대학원의 교수였다. 서울대 81학번의 정회철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가지고 있는 변호사 자격을 휴업시키고 홍천에 5000평의 땅을 구입한다. 그리고 2012년 주류제조면허를 낸 뒤 우리 술 빚기에 나섰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소주와 막걸리, 그리고 맥주 등을 마트와 편의점에서 편히 사마실 수 있는 세상. 그래서 유통망을 가지지 못한 양조장들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양조 면허를 반납하거나 매물로 내놓는 상황에서, 그는 시계를 거꾸로 돌리듯 술도가를 차린다.

홍천 내촌면에 근사하게 지어진 술도가의 이름은 ‘전통주조 예술(www.ye-sul.co.kr)’. 그가 선택한 이름 ‘예술’은 지극히 중의적이다. 예로부터 내려온 술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고, 예(醴, 단술 예)와 술을 합쳐 단 술이라는 의미, 그리고 술 빚는 그 자체가 예술 작품이라는 뜻을 모두 아우를 수 있게 이름을 지은 것이다. 그가 빚는 술의 이름도 대도시의 여느 막걸리와 다르다. 알코올 도수 11도의 프리미엄 막걸리는 지명을 따서 ‘홍천강탁주’라 지었지만, 알코올 도수 10도에 찹쌀로 두 번 빚은 술 ‘만강에 비친 달’은 ‘월인천강지곡’의 이름을 차용해 사랑과 평등의 개념을 술에 적용시켰으며, 알코올도수 17도로 찹쌀로 빚은 청주(주세법상 약주)인 동몽(同夢)은 ‘같은 꿈을 꾼다’는 의미를 담아 작명했다고 한다.

   
▲ 자신의 술을 내기 위해선 자신만의 누룩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빚고 있는 ‘예술’의 누룩방.

술의 이름뿐만이 아니다. 그의 술에 대한 특별한 사랑은 자신만의 누룩을 만드는데서 시작한다. 밀을 빻아 일주일에 50개 정도의 누룩을 빚어 두 달 정도 숙성시키고 있는 정 대표는 지난여름 좋은 누룩을 빚기 위해 누룩방 개선공사를 하면서 아예 그 기간 동안 술을 빚지 않았을 정도로 자신의 술에 대한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홍천군과 지역 특산품인 잣을 활용하기로 하고 잣을 넣은 이화주를 시범 양조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이화곡이라는 누룩을 별도로 빚고 있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프리미엄 막걸리와 청주 등을 빚는 밑술과 덧술을 빚는 과정도 남다르다. 보통의 가양주 양조는 누룩과 고두밥 등을 손으로 치대지만 예술에선 위생장화를 신고 발로 30분에서 한 시간 가량 치대 쌀과 효모의 결합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담은 술이 보다 빠르게 당화될 수 있도록 사람의 정성을 더 보탠 것이다.

   
▲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예술'의 핵심공간. 1층은 술을 빚고 발효시키는 공간이며 2층은 시음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된다.

정 대표는 이러한 방식으로 두 번 담가 100일 정도를 숙성시켜 완성된 술을 내놓고 있다. 누룩을 빚는 과정을 포함하면 예술의 술 한 병이 완성되는 데는 무려 150일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정 대표는 술의 지향점을 석탄향(惜呑, 마시기도 아까운)에 두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제대로 된 술을 시장에 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술로써 시장에서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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