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호령하던 선진국들이 늙어가고 있다. 선진국 베이비붐 세대는 1960년대 생산가능인구 연령에 진입한 후 1970~2000년대 각국의 핵심근로인구로서 소비·생산·고용산업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 베이비붐 세대가 대규모로 고령층에 편입되며 노동력 확보와 부양비 부담 문제가 현실로 닥치는 등 심각한 인구구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늙어가는 선진국 ‘고용∙재정 위기 현실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및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국가들은 고용, 금융, 재정 등 경제 전반적으로고령화에 대한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단적으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상쇄할 만큼 충분한 규모의 인구가 유입되지 않으면서 노동력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  실제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핵심근로 진입인구(25~29세)가 은퇴연령 진입인구(60~64세)보다 더 적은 상황이다.

고용시장에서는 소득 수준이 낮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고용이 확대되는 현상이 커지며 각 국은 이민인구나 여성인력으로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고 있다.

또 노인층의 빈곤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고령층이 고용시장에 잔류하는 비율이 높아 고령층의 소득수준이 고령층 고용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았던 일본과 이탈리아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EU가입국으로부터 이민자 유입을 통해 노동력을 보충하고 있다.

국가 재정적으로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공적연금 등 사회보장비용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이루어진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공적연금 및 공적의료지출 등 사회보장비용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확장적인 재정정책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정부부채가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높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관련 지출 규모가 커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한국은행 선진경제팀은 “각 국은 재정악화에 대응해 연금개혁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공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재정악화의 근본요인이라 할 수 있는 고령화 추세를 반전시키는데 한계가 있으며 고령층이 인구구성상 다수의 유권자가 되면서 연금수급액 축소 등 고령층의 이해에 상반된 개혁을 추진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부동산, 우려와 달리 부정적 영향 적어

반면 고령층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등장하며 산업부문에서는 같은 세대에 부합하는 상품·서비스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이 이루어진 2010년대를 기점으로는 의료서비스 및 의료기기, 바이오 관련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이제 주요 선진국 고령세대의 연평균 소비 지출액은 전체 평균의 소비와 비교해 결코 적지 않으며 일본의 경우 전체 평균을 소폭 상회할 정도다. 소비지출을 항목별로 보면 식료품과 보건의료 분야의 지출 비용이 전체 평균보다 높고 특히 민간 중심의 의료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미국은 가계의 진료비용 관련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부동산 시장에서도 우려와는 달리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및 고령화가 자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아직까지 높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는 높은 성장세를 나타낸 1970~1980년대에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한 세대로 다른 세대에 비해 풍부한 자산을 축적했다. 주택 등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자산 규모가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공적연금 확대, 소득재분배 정책 강화 등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가처분소득 수준도 비교적 양호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민 전체의 평균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월가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금융자산을 매각하며 자산가격이 급락하고 자산시장이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현재까지 주요 선진국의 금융자산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및 고령층 진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단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연금액이 줄어드는 등 고령층의 소득여건이 악화될 경우 금융 및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도 부정적인 영경향을 줄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 비중이 확대되고 30대를 중심으로 한 주택 핵심소비계층의 비중도 하락하고 있어 자산시장의 변동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분석했다.

◆2020년 韓 고령화 본격화…종합적 대응 강구해야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1955~63년)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핵심근로인구 그룹을 지난 상태이며 2010년부터는 노동시장에서 은퇴가 진행 중이다. 2020년을 기점으로는 생산가능인구 연령에 속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 진입을 시작하면서 경제·사회적 부담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내 고령층의 가처분소득은 전체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며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48.8%)도 크게 높아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고령화에 대비해 종합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에 대비해 고령층 고용, 여성인력 활용 및 생산성 제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고령층의 취업활동과 근로능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직업훈련 노력을 강화해 고령층의 고용 연장과 생산성을 제고하고, 양질의 고령층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해 일자리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며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재취업 지원 등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또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노후대비를 위한 연금, 저축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노후의 소득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저소득, 비정규직 근로자 등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조속히 해소해 노인들의 빈곤층 전락을 방지하고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을 활성화하며, 노후 준비를 위한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 등을 통해 고령층 진입을 앞두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소득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선진경제팀 강태헌 조사역은 “향후 공적연금 등 사회보장비용 증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가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연금 부문 등의 재정개혁이 지속돼야 한다”며 “연금수급 연령 및 수급액 조정 등 연금재정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고령화 추세를 반영하는 연금체계를 설계하고 재정지출에 대한 관리감독을 통해 부정수급 및 비효율적인 운영 등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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