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과연 그 기간 동안 모든 주식 수익률이 나빴을까. 아니다. 성과가 나쁜 주식도 있고, 좋은 주식도 있었다. 이렇게 전체적인 주가는 횡보하더라도 현재 상황에 맞는 주식을 선별 투자해 높은 수익을 얻겠다는 목표로 탄생한 것이 바로 ‘스타일 투자’다. 스타일 투자의 대표적인 방법은 가치주와 성장주에 대한 선별적 투자다.

◆스타일 투자는 어떻게 시작됐나

‘가치투자’라는 용어는 1934년에 발간된 그레이엄(Graham)과 도드(Dodd)의 고전인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에서 언급됐다. 대다수 투자자들은 성장주 투자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가치주 투자를 말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레이엄과 도드는 현재 통용되는 성장주와 가치주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제시해준 것은 아니다. 그들이 말한 것은 미래 성장까지 감안한 광의의 가치였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성장주와 가치주를 구분해 투자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미국 기관투자자 역할이 커지며 보다 정교한 투자 스타일 분석이 필요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980년대 들어 주식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장 세분화 전략이 투자 철학의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자산배분과 같은 투자자문 서비스로 유명한 이봇슨 어소시어츠(Ibbotson Associates)에서 발간한 ‘2000년 연감(Yearbook 2000)’에서 1927년부터 1999년까지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치주 성과가 성장주보다 장기적으로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분석들로 인해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가치주 투자 비중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치주와 성장주의 차이점은

‘가치주’는 시장 평균에 비해 주가수익비율(PER), 주당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주식, ‘성장주’는 반대로 시장 평균에 비해 PER, PBR이 높은 주식으로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다. 즉, 기업의 이익이나 자산가치 대비 시장가격이 높으면 성장주, 낮으면 가치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와 다르게 정의하는 사람도 있으나, 기본 개념은 대동소이하다.

이 같은 정의에 따른다면 가치주는 현재 회사가 벌어들이고 있는 이익 또는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주식을 말한다.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가가 정상가격을 회복하면서 양호한 수익률을 보여준다. 반대로 성장주는 회사가 이익이나 매출 측면에서 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는 주식이다. 즉, 미래에 대한 기대가 반영돼 있는 주식이라고 볼 수 있다.

◆가치주가 성장할 수 있는 요건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세계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 물론 중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지만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연간 국내총생산(GDP) 상승률 평균이 세계 4.5%, 한국 4.1%(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제외)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은 중국 성장 모멘텀, 조선업 수주, 인프라 투자 활성화, 부동산 붐 등의 수혜를 입었고 이때 가치주 주식이 성장주 대비 탁월한 수익률을 거뒀다. 즉, 가치주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일 때 주가가 본질적인 가치를 회복하며 상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주의 상승장은 2014년 이후 무너지고 성장주 우위 장세가 2015년까지 지속된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GDP 상승률 평균은 세계 3.3%, 한국 3%로 이전 대비 성장 추세가 하락했다. 저성장·저금리에 따른 할인율 하락, 원화 강세에 따른 내수주 부각, 저성장에 따른 성장 프리미엄 부각 등 성장주가 태동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때 성장주는 가치주 대비 우월한 수익률을 거뒀다. 즉, 성장주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어서 시장금리가 낮아져 미래에 창출될 예상 기업이익의 현재가치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 주가가 상승한다.

미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적정한 타이밍에 가치주, 성장주, 기타 스타일에 투자를 한다면 보다 나은 수익률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