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 공백… 빨간불 경제 ‘불확실성의 시대’

은행장들, 핀테크 대응 및 여신리스크 축소 총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불확실성의 시대’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시대. 경제 지표는 물론 불안정한 정치권력은 오늘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그래서 한 언론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주요 은행장들의 답변은 어둡기만 하다.

우선 5대 은행장들은 내년도 우리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낮게 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영국의 브렉시트를 포함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해외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내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차가운 바닥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이고 해운 조선에 이어 부동산, 건설, 철강까지 빨간 등이 켜지고 있다는 것이 시중은행장들의 예측이다. 게다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다음 권력에 대한 치열한 정파간 경쟁은 시장을 안정시키기 보다는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것이다. 따라서 올 3분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흑자를 기록했던 은행들이지만, 내년은 결코 녹록치 않다고 은행장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13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다. 정치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들은 가계부채와 다중채무자에 대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겠다고 말한다. 이 말은 내년에는 대출을 쉽게 받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은행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지난 세기 최고의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었던 존 K.갈브레이스가 1977년에 쓴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현대사회는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원리가 사라져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오직 확실한 것은 ‘핵전쟁’은 지구의 자멸을 의미하는 것 말고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원리가 사라짐으로써 권력은 다양한 공백을 경험하게 되고, 더 이상 정치지도자는 물론 종교, 사회지도자들의 확신에 찬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설명은 지금도 유효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화되는 느낌이다. 지도원리가 사라진 세상에서 지존의 지위를 ‘과학기술’이 획득했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사회를 주도하면서 그 경향성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사회의 진화속도는 물론 방향까지 다채롭기만 하다.

그런 상황에서 은행장들의 요구는 너무도 분명하다. 핀테크와 모바일이다. 그 밖의 전략은 순위에서 이미 밀렸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DNA로 무장한 인터넷 전업은행의 출현, 그리고 기존 은행 및 금융사들의 혁신을 위해 가리지 않고 도입하고 있는 핀테크. 이들 기술이 시장을 재편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한은행의 조용병 행장은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승풍파랑(乘風破浪). 주어진 세상을 이런 자세로 헤쳐 나가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이야기다. 파도 뒤에서 몰려오고 있는, 그러나 지금은 보이지 않는 파도를 더욱 조심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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