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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우리술 14]아낌없는 연구개발, 배혜정도가의 숨은 힘
[응답하라, 우리술 14]아낌없는 연구개발, 배혜정도가의 숨은 힘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6.12.25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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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를 현대적으로 풀어 세계화에 나선 양조장

‘01년 프리미엄막걸리 개발, 올부터 증류주 집중

   
▲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누룩을 기반으로 전통주를 대중화시키고 있는 배혜정도가 본사 전경.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전통주를 현대에 맞게 새롭게 해석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게 가격정책을 펼치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술도가가 있다. 고급 청주는 내지 않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막걸리만 10여 종 이상 내면서 지금도 새로운 막걸리를 개발하는데 서슴지 않는 양조장이다. 형제들 모두 술도가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양조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고 배상면 회장의 딸이 운영하고 있는 배혜정도가(대표 배혜정)가 그 곳이다.

고 배상면 회장은 평생 동안 누룩을 연구했다. 우리 술의 맛과 향을 이끌어내면서도 전통누룩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누룩. 그것이 평생의 연구과제였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현재의 한국효소(종균업체)에서 만들고 있는 개량누룩이다.

기존 누룩보다 10배 정도의 당화력을 가지고 있는 배혜정도가의 누룩은 적은 양으로도 술을 빚을 수 있고, 그래서 젊은 층이 싫어하는 누룩향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누룩의 힘은 상업 양조에서 일본식 입국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장점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배혜정도가의 막걸리들은 모두 생쌀 발효를 한다. 누룩의 높은 당화력은 쌀을 찌지 않고도 충분히 발효시킬 수 있으니, 쌀을 씻고 불리는 과정과 고두밥을 찌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줄어든 양조과정 만큼 인건비 절감효과를 가져다주므로 서울의 장수와 부산의 생택 등 대도시 막걸리들과 충분히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생쌀을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쌀이 가지고 있는 식이섬유와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 등도 파괴되지 않는데다, 누룩량을 최소화시킨 만큼 숙취유발물질도 적게 나온다는 것이 배혜정도가 관계자의 설명이다.

   
▲ 배상면 전 회장의 유지를 이어 누룩을 이용한 막걸리 개발에 전념을 다하고 있는 배혜정 대표.

그런데 배혜정 대표가 처음 만든 막걸리는 요즘 우리가 흔히 보는 페트병에 들어 있는 막걸리가 아니다. 아무도 페트병에 들어 있는 막걸리를 고급화하는데 신경 쓰지 않고 있던 2001년, 그는 유리병을 선택하고 만드는 방법도 차별화시킨 프리미엄막걸리를 기획한다. 첫 제품은 ‘부자(富者) 16도’. 모두가 병에 든 값비싼 막걸리에 낯설어하던 시절, 배 대표는 일본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그리고 얼마 뒤 10도와 12도짜리로 대중화시킨 ‘부자’버전을 만들어 국내 시장을 노크하면서 국내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배혜정도가가 내는 프리미엄막걸리 ‘부자’의 컨셉은 조선시대 양반들이 주로 마시던 술 ‘합주(合酒)’이다. 합주는 청주와 탁주가 합쳐 있는 술로 주로 여름에 빚어 마시는 술이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배혜정도가의 ‘부자’시리즈는 지역 특산품을 연결시키면서 5종류로 늘게 됐고 일반 생막걸리도 5~6종을 흘쩍 넘기며 막걸리 명가를 일궈나가고 있다.

이렇게 배혜정도가가 프리미엄 및 생막걸리의 종류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었던 것은 가장 대중적인 형태로 전통주를 현대화시키겠다는 배 대표의 술 철학에 따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술에 대한 연구개발비를 아낌없이 쓰고 있다는 평까지 업계에서 듣고 있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내놓은 술이 이화주의 달콤한 맛을 내는 ‘우곡주’, 그리고 천연감미료를 사용하면서 유통기한을 2배로 늘린 ‘호랑이생막걸리’ 등이다.

이밖에도 배혜정도가는 요즘 새로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희석식보다 증류소주를 찾는 술 애호가가 늘어나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10여년을 준비해 올해부터 대중적인 증류소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향기로운 증류소주라는 뜻을 담아 ‘로아’로 명명된 배혜정도가의 소주는 현재 배를 넣은 버전까지 출시됐고, 내년에는 포도와 사과를 같이 발효한 청주를 증류시켜 제품으로 낼 예정이다. 특히 고급주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오크통에 넣고 있는데, 최소 10년은 숙성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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