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곡에 생쌀발효, 100일 숙성으로 향기 탁월

댓골재양조장 이계송 대표 “술은 마음이 90%”

   
▲ 추상화가에서 술도가 장인으로 변신한 댓골재양조장의 이계송 대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술도가 기행을 하다보면 다양한 이력의 주인장들을 만날 수 있다. 처음부터 양조업을 해 오던 사람들도 있고, 선대로부터 양조장을 물려받게 돼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술도가 사람이 된 경우도 있다. 그런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장인의 길로 접어든 경우를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특히 2009년 안팎, 막걸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면서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듯하다.

홍천의 전통주조 예술을 이끌고 있는 정회철 대표는 변호사에 로스쿨 교수였고, 강릉에서 도문대작 막걸리를 빚고 있는 방풍도가의 이기종 대표는 시인이자 언론인 출신이다. 역시 홍천에서 프리미엄 막걸리를 빚고 있는 산수의 대표는 현직 한의사인 안병수씨다.

호랑이 모양을 한 한반도에서 배꼽에 해당하는 지역이 경기도 평택 땅이라고 한다. 바로 그 평택에서 ‘호랑이배꼽막걸리’를 빚고 있는 댓골재 양조장의 이계송 대표는 국전심사 작가를 한 화가이다. 한국 고유의 오방색을 바탕으로, 빛과 선으로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 화가가 술도가 주인이 된 것이다. 이처럼 추상적 세계를 그림으로 그려오던 화가를 술 빚는 장인의 길로 이끈 것은 한 평생 방앗간을 운영했던 어머니와의 이별이었다. 면허 없이 술 빚는 일이 금기시되었던 시절, 그의 어머니는 방앗간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술을 빚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 이 화백의 기억 속에 남은 잔영은 독특한 어머니의 술 빚기였다. 일반적인 술 빚기는 밀을 빻아 누룩을 띄우는 일에서 시작하지만, 어머니는 술지게미와 밀을 섞어 누룩을 만들었고, 그리고 그 누룩의 술 빚는 힘은 매우 뛰어났다고 한다.

귀촌을 실행한 이후 이 화백은 물려 받은 집을 아틀리에로 만들고,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 그 시작은 집 근처 과수원에서 생산되는 배를 부가가치를 높여 팔 수 있는 배와인 사업이었다. 하지만 와인양조기술이 부족했던 이 화백의 노력의 결과는 시원찮았다. 매번 빚어낸 와인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기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선택한 것이 어머니의 양조기술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대나무가 많아 댓골이라 불리던 지역에 댓골재양조장이 생기게 된 사연이다.

   
▲ 이계송 대표가 만들고 있는 '호랑이배꼽막걸리'. 상표에 있는 범상치 않은 호랑이그림은 이 화백이 직접 그린 그림이다.

그는 어머니의 양조기술에 자신의 10년 술 공부를 보태, 이화곡(배꽃 피는 시절에 빚는 쌀누룩)으로 막걸리 빚는 한편, 발아현미 식초와 배와인 식초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화백의 양조기술에서 남다른 점은 술의 양조능력을 높이기 위해 이화곡을 발아현미와 술지게미, 그리고 엿기름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각각의 재료가 모두 당화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이 재료로 만들어진 누룩의 힘이 셌던 것이고, 그 힘을 바탕으로 생쌀발효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빚어진 술은 발효조에서 근 한 달, 그리고 다시 영상 1도 정도의 저온냉장고에서 두 달을 머문다고 한다. 이유는 저온으로 숙성시켜 술의 향기를 가득 이끌어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게 100일 동안 빚어진 ‘호랑이배꼽막걸리’의 맛은 배향을 머금고 있으며, 드라이하면서도 단맛을 내고 있다.

“가장 자연스러운 맛을 얻어내려 한다면 시간 속에서 익어야 한다. 그리고 술은 90%가 마음이다”는 이 화백의 술 철학을 그의 막걸리가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이 막걸리를 기반으로 상온에서 식초를 빚고 있으며 3년 정도 숙성시킨 제품들을 상품으로 내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의 누룩 기술을 이화곡으로 발전시킨 이 화백의 도전은 항아리 가득 빚어진 현미식초와 배와인식초로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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