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태 Sh수협은행장

이원태 Sh수협은행장 “판소리의 고수처럼 하고파”
성공하기 위해선 경청할 수 있는 인내 절실히 필요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일고수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판소리에서 북을 잡은 고수가 첫째로 중요하고 명창은 그 다음이라는 뜻이다.

구한말, 임금 앞에서 판소리를 불렀던 국창 이동백이 1941년 잡지 <춘추>와의 인터뷰에서도 “북채가 잘 가고 못 가는 데 따라 ‘흥’이 좌우된다”며 “흥이 안 나면 제 아무리 만고의 명창이라도 소리가 될 리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판소리 현장에선 북채를 거머쥔 고수보다 소리를 쏟아내는 명창에게 눈과 귀가 가기 마련이다. 즉 관객의 눈에는 그리 중요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소리꾼의 입장에선 자신의 호흡을 읽어가면서 리듬을 제대로 태워주는 고수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하다.

Sh수협은행의 이원태 은행장이 최근 한 언론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판소리에서의 고수에 비유했다. “고수는 단순히 북만 두드리는 반주자가 아닌 장단을 조절하고 소리의 완급을 보완하며 추임새를 통해 흥을 돋워주는 지휘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리꾼의 감정과 의도까지 듣는 좋은 고수가 되고자 한다고 이 행장은 말한다.

특히 좋은 고수가 되기 위해선 말하기보다 듣기에 탁월해야 한다며 자신의 말은 20%에 그치려하고 80%는 직원들의 말에 경청하고 있다고 한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창의로 연결될 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그는 고수처럼 상황에 맞게 북채를 두드리겠다는 것이다.

# 리더십을 주장하지 말자
중국의 덩샤오핑이 1991년,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발표할 때 “리더십을 주장하지 말자(絶不當頭)”는 내용도 같이 들어있는 24글자의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리더십을 주장하지 말라는 뜻은 모델을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서양의 리더십은 모델을 만들고 영웅을 만들어 리더십을 전파하는데 익숙하다. 영웅은 행동의 주체이자 주인공이어야 한다. 즉 우리 판소리에 등장하는 고수와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갖는 리더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리더십은 주장한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행동의 방향과 양식이 바뀌어야 하듯이 리더십도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야 한다. 그래서 동양의 사유체계에서 중심 단어는 행동보다 ‘변화’라고 말한다.

“위대한 전략은 눈부신 공적이 없으며 위대한 승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의 철학자 프랑수아 줄리앙이 <전략>이라는 책을 통해 중국을 말하면서 이해해야 할 핵심 포인트로 짚은 내용 중 하나이다. 반짝이는 것만 금이 아니며, 보물이라고 모두 반짝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장수들은 미래를 투영하고 미래의 정해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또한 행동은 지엽적이고 일시적이며 눈에 띄며 서사시적 영웅행위에 집중된다고도 설명한다.

전략을 수립하고, 그 모델에 따라 행동하려는 태도가 가진 함정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행장이 말하고자 하는 고수는 자신의 북채만큼의 행동으로 명창의 소리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사람이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보다 자신의 추임새 속에서 명창이 주인공이 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주력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극히 동양적 사고이지만, 오히려 가장 효과가 큰 전략이다.

수많은 기업의 경영자들 중에 실적을 개선시키고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환경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제법 많다. 자신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우리가 때로 착각할 때가 많은데 이름을 알리지 않은 경영자들의 무능하다는 편견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남기려는 영웅주의 전략을 주로 선택하려할 때가 많다. 하지만, 답은 영웅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자신의 안목과 경청할 수 있는 인내력에 있다. 고수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명창이 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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