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생로병사의 과정을 경험하듯 지역도 성장과 정체, 쇠퇴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우리나라는빠르게 늙어가는 인구 조로 현상으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노동력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소리 없는 재앙으로 표현되는 고령화 현상은 우리 지역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생산성이 높은 청년이나 핵심 생산인구가 많은 지역은 경제성장률이 높게 나타나지만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의 성장률은 하락하며 지역 간 경제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고령화가 심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제성장을 구현하는 지역은 어떠한 요인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실현하고 있을까?

산업연구원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전국 평균 경제성장률의 1.5배 이상을 달성하면서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성장∙초고령 지역에 해당하는 35개 지역을 추출해 유형별 성장특성을 도출했다(서울의 25개 구를 제외한 전국 205개 시군구 대상).

◆혁신 기업이 고령지역의 성장 이끌어

초고성장 초고연령 지역은 농림어업 존속형, 서비스 및 제조업 동반성장형, 농림어업 특화형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제조업 기반의 농림어업 존속형은 강한 고용안정성과 지역투자, 중심도시의 접근성이 좋아 많은 취업자가 인근의 대도시로 통근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었다(충남 금산군, 전북 김제시 등).

서비스업 및 제조업 동반성장형은 두 부문에서 동시에 일자리가 제공되면서 청년층과 여성, 핵심 생산인구 등 인구구성에서 우위를 보였고 대도시권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서비스 상권을 형성하는 특성을 보였다. 특히 서비스업기반 지역에서는 생산성이 높은 인구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강원 횡성군, 충남 홍성군 등).

농림어업 특화형은 전형적인 1차 산업의 특성을 나타내는 지역으로 산업 기반이 매우 미흡하고 지역생산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인구계층이 매우 열악했다. 하지만 이 유형에 속한 지역들은 중고령층 중심의 인구 구성 및 미약한 산업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1차 산업의 생산성 제고를 통해 지역성장을 견인하고 있었다(충남 청양군, 충남 태안군 등).

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 초고성장 초고령지역의 가장 큰 특징은 농림어업의 성장 추세가 지역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된 시군구는 고령인구 비중이 높으면서 1인당 소득 성장 추세도 빠른 지역들로 생산성의 효과가 고용률의 효과를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림어업의 고용 비중 변화가 지역의 고용률 제고에 기여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는 청·장년층을 대신하는 귀농·귀촌인의 존재 또한 지역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초고성장 초고령 지역이 다른 고령지역과 비교해 또 다른 큰 차이점은 기업의 내재적 요인으로 나타났다.

고성장 고령지역은 초고성장 초고령 지역에 비해 지역산업 여건이나 입지여건이 훨씬 우수하고 지역정책적인 측면도 양호했지만 기업 내재적 요인이 취약했다. 저성장 고령지역은 기업의 내재적 역량과 지역정책 모두 매우 부족했다.

반면 초고성장 초고령 지역에 소재한 기업들은 인구 구성뿐만 아니라 입지가 매우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R&D투자와 장기전략 수립 등 기업 스스로의 내재적 노력을 통해 다른 지역보다 더 높은 성장을 달성하고 있었다.

특히 이들 지역은 산업정책이 지역 내 기업 성장에 큰 기여를 하며 기업과 지역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이는 초고령지역의 추가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젊은 층의 노동인력 유입뿐 아니라 지역 내 대표산업 육성 등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조업 기반 고부가가치화로 일자리 창출

고령지역 중 고성장을 구현하는 대다수의 지역에서는 제조업의 기여도가 크게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나 지역에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서비스업보다는 생산성이 높은 제조업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농산물 가공을 통한 부가가치 제고가 지역성장에 기여하고 있었으며, 식료품 제조업의 특화도가 모든 제조업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초고성장 초고령지역 중 대다수의 지역은 식료품 및 고무제품, 비금속제품 등과 같이 낮은 부가가치 업종에 집중돼 추가적인 지역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지역의 경우 첨단제조업 특화보다는 현재의 강점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업종을 확대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산업연구원은 초고령지역이 직면한 양질의 노동력 공급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방안으로 ‘혁신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혁신은 기업들에게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한편 지역주민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초지자체는 특화분야별로 일정 수준의 혁신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농림어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지역은 특정 품목 중심의 조합 등의 조직체, 농업기술센터, 시군의 지원조직 등이 혁신체계의 중심을 이룬다. 특정 제조업이 해당 지역에 집적된 지역은 전북 김제의 농기계클러스터처럼 우리나라의 대표적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혁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효율적인 공급망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식품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고령지역의 경우 품목별로 원료단계(재배, 구매·조달) → 연구·생산단계(성분분석, 추출·제형, 유효성·안정성, 시제품, 생산) → 마케팅단계(포장, 브랜드, 물류·유통, 수출)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단계별 지원체계를 별도로 구축해 각 단계 주체들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광역시도 단위의 관련 특화센터들은 이를 위해 준거점 역할을 하는 권역 단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광역시도 단위 관련 혁신주체 중심으로 통합해 지역 전체의 통합적 클러스터화(모집단 요소를 모은 단위체)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제품군을 묶어 광역시도 내 권역별 네트워크 거점기관을 지정하고 그 상위 개념으로 광역시도 단위의 지원주체를 중심으로 하는 체계를 구축해 미니클러스터와 시도 차원 전체 클러스터를 통합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기초 산업 바탕으로 융복합 정책 추진해야

최근 4차 산업혁명이 부상하면서 산업 간 융복합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구글 및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첨단기업들은 무인자동차 등과 같은 미래 융복합 분야에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산업패러다임을 바꾸어가고 있는 중이다.

산업 간 융복합은 첨단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이번 조사 결과 제조업기반 농림어업 존속형 및 서비스업·제조업 동반성장형에 속한 지역들의 경제적 성과는 농림어업 특화형에 비해 높았다. 이는 초고성장 초고령지역의 성장 촉진을 위해서는 산업 간 융합정책 추진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산업연구원은 “고령지역에서 농촌융복합산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이 강점을 가진 1차 산업을 바탕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2차 및 3차 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 기획되고 장기적으로 1차~3차 산업의 융복합을 통해 6차 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해 각 지자체별로 1차~3차 대분류 산업을 대상으로 융복합이 가능한 중분류 산업군을 도출하고 세부 산업 간 융합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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