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경쟁에서 조용병 행장 위해 사퇴

경쟁이 보여줄 위태로움 피해가는 현명함 돋보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차면 기울고 기울다 보면 다시 차오르는 것이 달이다. 또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흐르지 결코 높은 곳으로 오르지 않는 것이 물이 가진 성질이다. 우리는 이런 자연의 모습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차면 넘치고, 모자라면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자연에 익숙한 것이다.

흔히들 자연의 섭리를 따를 때 우리는 순리대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순리를 벗어났을 때 ‘무리한다’라고 표현한다. ‘무리(無理)’, 이치가 없다는 이 말을 우리는 수시로 경험한다.

눈앞에 보이는 자연현상 앞에선 순리와 무리를 잘 구분하지만, 인간의 욕망 문제로 넘어오면 어느 순간 그 경계가 허물어진다. 지난 연말부터 몇 달째 경험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가 그것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소통해야 서로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 수 있고, 또 그 내용을 알아야 필요한 정책과 우선해야 할 정책을 구분해낼 수 있다. 그런데 자신들의 입맛에만 맞는 정책을 펼치고자 소통을 포기하고 강행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만을 따르는 사람들만을 뽑아 일을 맡기면 그 결과는 너무도 분명하다. 무엇 하나도 순리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 그 후폭풍은 예상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져왔다. 맹자는 ‘순천자존, 역천자망(順天者存逆天者亡)’이라고 말한다. 천리에 순종하는 자는 생존하고 번영하지만, 천리를 거스르는 사람은 망한다는 뜻이다. 공자는 군자는 하늘의 뜻을 알지만 소인은 모른다고 말했다. 두 성인 모두 순리대로의 삶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신한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 ‘순리’라는 단어가 금융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치열한 2파전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위 사장이 ‘순리’를 언급한 것이다.

“신한의 미래를 위해 조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특히 권력을 두고 벌이는 경쟁에서 순리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에서 권력을 두고 벌이는 싸움은 인간 욕망의 극한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위성호 사장은 신한카드의 업계 리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지난해 사장 연임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경영성과와 리더십이라는 부분에서 조 행장에 밀리지 않게 메시지 및 이미지 관리를 해 왔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 사장은 신한금융지주 회장 선거에서 조용병 사장의 강력한 라이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후보 사퇴의 변으로 ‘순리’를 말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이런 선택을 차기 내지는 은행장을 바라보는 행보라고 해석한다. 어쩌면 그리 볼 수도 있다. 순리가 보여주는 긍정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그렇게 움직이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안에 들어오지 않은 떡은 내 떡이 아니다. 미래의 권력은 기대일 뿐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공허하다. 이 사실을 위성호 사장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순리’가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이다. 권력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 보여줄 수 있는 위태로움을 피해가는 현명함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쩌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신한’의 힘이 이러한 긍정적 이미지의 합집합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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