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채널 수익악화로 영업점·은행원 수는 지속 감소세

줄긴 해도 없어지지 않을 ‘점포’ 레드오션으로 보면 안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국내 금융소비자들이 창구에서 텔러와 마주보며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비율은 대략 10%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나머지 80~90%는 모바일뱅킹 및 인터넷뱅킹 등의 비대면 채널(자동화기기 포함)들이 처리한다고 한다. 이 같은 경향성은 비대면 채널 등장 이후 줄곧 강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핀테크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핵심기술로 받아들이고 수년째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 1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분명해진다.

초고속 인터넷망 등에서 앞서고 있는 디지털강국의 면모에 걸맞게 국가별 모바일 SNS 활동비율도 역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즉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서의 SNS가입률이 76%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의 나라가 각각 52%와 51%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올 들어 금융회사들이 한 입으로 ‘비대면 플랫폼’을 경쟁력의 핵심기술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권의 신년사에서부터 포착됐다.

지주회장 내정자로 신분이 바뀐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겠다는 각오로 비대면 플랫폼을 고도화해 새로운 금융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도 심플(Simple), 안전(Security), 속도(Speed)라는 3S를 모토로 내걸고 비대면 경쟁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국내 처음으로 법인과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계좌개설을 시작했으며 해외 비대면 전담 마케팅 그룹을 출범하고 ‘글로벌 모바일뱅킹 시스템’을 상반기 내 오픈할 계획이다. 또한 이광구 은행장은 모바일플랫폼인 ‘위비’를 좀 더 고도화시켜 타업종과의 제휴를 통한 ‘하이브리드 상품’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김도진 은행장도 최근 가진 ‘전국 영업점장 회의’에서 “비대면채널 혁신과 대면채널 개편으로 미래를 선도해 나가자”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핀테크 및 비대면 플랫폼 비즈니스 자체가 기술의 공급처이자 금융서비스의 수요처이기 때문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부터 2019년까지 핀테크 관련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연간 7000억원의 여신을 지원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울 정도로 IBK기업은행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 채널에 대한 강화는 양날의 칼이다. 이미 비대면 플랫폼의 증가는 전체 은행원의 감소는 물론 지점수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은행 점포는 지난 2011년 7710개에서 2015년 7446개로 줄었고, 점포당 영업이익도 3분의 1 정도 축소했다고 한다.

KB국민은행의 계좌유지수수료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은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업점 수익 개선을 목표로 선뜻 도입 결정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없던 수수료가 신설될 경우 불가피하게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하기 때문이다. 쥐고 있을 수도 한입을 베어 물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물론 ‘뜨거운 감자’는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이다.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기의 문제이지 도입은 불가피하다. 수용할 수 있는 소비자의 긍정적인 감정이 형성되지 않았을 뿐이다. 또한 점포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된다고 해서 오프라인 점포가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실물화폐가 존재하는 한 은행은 지불수단의 효과적인 공급처이자 유통채널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비대면’을 이야기하고 있는 시대다. 금융회사의 활로가 ‘비대면’에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대면’거래에서의 새로운 시각과 대응이 은행들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더 이상 ‘대면’거래를 레드오션으로만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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