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귀차니스트적 속성을 심리학에서는 '현상유지편향'이라 부른다. 이런 현상은 투자의 세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퇴직연금, 연금저축계좌와 같은 연금상품 가입자들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초기에 설정한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나 자산배분을 잘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시장 상황이 변해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초기 상태 그대로 둔다. 퇴직연금가입자 10명 중 9명이 초기에 설정한 금융상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통계는 이를 증명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자신의 연금에 무관심한 대가는 생각보다 비싸다”라며 “수익률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리밸런싱 보너스도 놓치게 된다”고 충고했다.

리밸런싱은 시간과 가격의 흐름에 따라 포트폴리오 내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컬럼비아 경영대 앤드류 앙(Andrew Ang)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리밸런싱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 수익률 차이는 1.5배에 달한다. 그는 1926~1941년까지 미국 주식과 채권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이때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호황장과 세계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대공황이 공존했던 시기였다.

이런 드라마틱한 시장에서도 리밸런싱을 했다면 꽤 괜찮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리밸런싱을 하지 않았을 때 수익률은 91.8%였지만 ‘주식 60%, 채권 40%’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분기별로 리밸런싱 했을 때 수익률은 146%에 달했다. 리밸런싱으로 약 50%의 수익률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연기금 업계의 수퍼스타로 불리는 예일대 기금 CIO(최고투자책임자) 데이비드 스웬센((David Swensen)도 리밸런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1985년부터 30년간 예일 대학기금을 운용하면서 연평균 13.9%라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스웬센은 2003년 1년간 투자 실적을 살펴봤을 때 14.2%의 투자수익 중 1.6%포인트는 투자 자산에서 나온 수익률이 아니라 리밸런싱에서 나왔다. 수익률의 10%가 넘는 수치다.

리밸런싱 보너스를 받은 비결은 주식 가격이 올랐을 때 주식을 팔아 채권을 사고 채권 수익률이 높을 때는 채권을 팔아 주식을 사면 된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에 각각 500만원씩 ‘50:50’의 비율로 투자했다면 1년 후 주식은 값이 올라 600만원이 되고 채권은 500만원 그대로다. 리밸런싱을 하면 주식을 50만원어치 팔고 채권을 50만원어치 사서 비중을 50:50으로 유지한다. 이 때 상대적으로 비싼 주식(600만원)을 팔고 상대적으로 싼 채권(500만원)을 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익을 실현하면서 저가매수를 하게 된다. 투자자가 이 같은 전략을 반복하면 보너스(초과수익)를 얻을 수 있다.

정나라 연구원은 “변동성이 심한 시장일수록 리밸런싱의 효과는 크다”며 “투자전망에 따라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신흥국 주식 등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속성이 서로 상반된 자산을 고루 보유하고 있다면 리밸런싱으로 얻을 수 있는 보너스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