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IBK기업은행장, 1000여 영업점장에게 선물

최근 대면영업 강화 위해 은행권, 구두이벤트 빈번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모자는 머리에 쓰는 것이고 신발은 발에 신는 것이다 보니, 모자는 머리를 쓰는 고상한 세계를 표현한다면 구두는 이동을 포함한 노동을 상징해 왔다. 물론 고대세계에서 신발은 노예와 대별되는 지배층의 전유물이었기에 신분을 담아내는 표상이기도 했다. 따라서 신발은 신분이 갖고 있는 권위와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신발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선 연결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아르고스 원정대를 이끌면서 황금양피를 찾아 나섰던 그리스의 영웅 이아손이 왕인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나서 이올코스에 도착했을 때 그에게 내려진 신탁은 ‘외짝신발’을 신은 사람이었다. 노파로 변신한 여신 헤라를 업고 강을 건너다 한쪽 신발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는 아버지를 죽인 숙부를 몰아내고 왕이 되는 ‘모노산달로스’라는 신탁의 주인공이 되는데, 여기서 모노는 ‘하나’라는 것을 뜻하며, 산달로스는 ‘가죽신’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샌들이 여기서 나온 말이다.

외짝신발의 전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얼굴에 재가 묻은 부엌데기’라는 뜻을 가진 신데렐라는 자정이 되기 전에 무도회장을 벗어나다 유리 구두를 잃어버린다. 물론 우리의 동화 〈콩쥐팥쥐〉에서 콩쥐도 꽃신 한 짝을 잃어버리게 되고, 결국 왕자님과 고을 사또가 외짝신발을 토대로 주인공을 찾아내게 된다.

동화로 알려져 어린아이들이 자주 읽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에도 유명한 구두가 등장한다. 주인공 도로시가 신고 있는 은색구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금본위제를 주장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알려져 있을 만큼 많은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금길을 걸어 에메랄드성에 도착해야 하는데, 그 길을 걸어가는 도로시가 은빛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이다. 즉 금과 은을 토대로 하는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소설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1939년 영화로 만들어질 때 도로시의 구두는 빨간 루비 빛깔로 바뀌게 된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컬러촬영기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두는 현재까지도 많은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은행들도 구두를 이용한 이벤트에 적극적이다. 리더가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IBK기업은행의 수장이 된 김도진 행장은 ‘2017년 전국 영업점장회의’를 이달 10일 충주연수원에서 열고, 비대면채널의 혁신과 함께 대면채널 개편을 통해 미래를 선도하자고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 행장은 모든 영업점장들에게 “발로 뛰며 고객과 현장을 최우선으로 여겨 달라”는 당부와 함께 구두를 선물했다.

영업을 해본 사람들은 다 공감하듯이 구두는 현장을 일터로 삼는 사람들에겐 가장 큰 무기이다. 은행권의 전설 같은 영업맨들은 일년에 몇 켤레의 구두를 신었는지, 혹은 몇 켤레의 밑창을 갈았는지를 영웅담처럼 술자리의 안주로 내놓곤 했으니 말이다.

김 행장도 비중이 점차 줄어들 대면영업이지만, 가장 많은 인력이 집중돼 있는 분야인 만큼 수익률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장 중심의 영업을 좀 더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1000여 켤레의 구두를 입찰이라는 번거로운 절차까지 밟으며 선물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구두를 선물한 은행장이 김 행장이 처음은 아니다. 선배 중에는 조준희 전 은행장이 2012년 ‘100년 은행’을 선포하면서 수제구두를 전국의 영업장들에게 선물로 준 바 있으며, 지난 2013년에는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과 송기진 전 광주은행장 등이 부점장들에게 구두를 전달했다. 이밖에도 연임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2015년에 964명의 지점장들에게 직접 발로 뛰어달라며 구두를 선물했고 이원태 수협은행장은 1년 전에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열심히 뛰어달라는 의미에서 구두 이벤트를 펼친 바 있다.

이처럼 은행권에서 구두는 현장을 상징한다. 앞서 글머리에서 말했듯이 이동의 자유를 의미하던 고대의 신발은 21세기에 들어, 보다 빨리 그리고 넓게 움직일 수 있는 노동력의 상징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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