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나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 

투자의 기본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것’이다. 만약 주가가 언제 싸고 언제 비싼지 알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금세 갑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주가가 언제 오를지 내릴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인류 최고의 지성 중 한 명인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조차도 투자에 있어서는 실패자였다.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 바람이 한창일 때 영국이 설립한 남해주식회사에 투자했다 주가 급락으로 약 2만 파운드를 잃었다. 지금으로 치면 3~40억원에 달하는 돈이다. 그는 당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별들의 움직임은 추측할 수 있지만 인간들의 광기는 추측할 수 없다.”

뉴턴의 말처럼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예측하거나 매매 타이밍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주가의 오르내림을 정확히 예측하진 못하더라도 비교적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도록 도움을 주는 전략이 있다. 바로 ‘리밸런싱 전략’이다.

1976년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김과장과 정대리는 국내 주식시장(KOSPI 200)과 미국 주식시장(S&P500)을 합쳐 매년 100만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단 둘의 투자 방법은 달랐다. 김과장은 두 자산의 가격이 오르건 내리건 매년 50만원씩을 양쪽 시장에 투자했다. 각 시장의 수익률이 달라지면 두 자산의 비중도 함께 요동쳤다.

반면 정대리는 매년 투자할 때마다 두 자산의 비중이 정확히 절반을 유지하도록 조절했다. 예를 들어 미국 주식 가격이 상승해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비중이 60:40으로 커지면 미국을 팔아 한국을 사서 다시 50:50의 비중을 맞추었다. 반대로 한국이 미국보다 더 비중이 커지면 한국을 팔아 미국을 매입했다. 김과장과 정대리의 투자 결과는 어땠을까?

리밸런싱을 꾸준히 한 정대리의 완전한 승리였다. 42년 후 투자 결과는 ‘2억9천만원 vs 4억원’으로 1.4배나 차이가 났다(1971년의 100만원은 지금으로 치면 통계청 물가 기준 876만원의 큰 금액이지만 이해의 편의를 돕기 위해 이 글에서는 매년 같은 금액을 불입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리밸런싱은 정대리가 한 것처럼 시간 흐름과 가격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 내의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꼭 5:5로 배분하지 않아도 된다. 4:6이든 3:7이든 본인이 결정한 투자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대리의 높은 수익률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미국과 한국, 두 자산 중 비중이 낮은 것에 더 투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낮은 가격의 자산을 더 사게 된다. 반대로 자산의 가격이 올라 비중이 높아지면 이를 판다. 한 마디로 리밸런싱을 통해 싸게 사고 비싸게 팔았던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1976~2017년 한국 주식시장의 추이와 정대리의 한국 투자 금액을 비교했다. 3低 호황(저유가·저물가·저금리)으로 한창 주가가 달아올랐던 1988년 올림픽 즈음 정대리는 한국 주식을 팔았다. 이후 이어진 조정장에 손실을 면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후 주요 매도시점은 ‘1997년 외환위기·2000년대 초반 카드사태·2008년 금융위기’ 직전이다. 모두 버블이 꺼지기 직전의 고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시기에 정대리는 기가 막히게 한국 주식을 팔았다. 그리고 이 돈으로 미국 주식을 샀다. 정대리가 김과장보다 1.4배나 높은 수익을 거둔 비결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어떻게 리밸런싱을 해야 할까? 정대리처럼 국내 또는 해외시장 전체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ETF나 펀드상품을 활용하는 게 편리하다. 특히 최근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자산배분을 할 수 있는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TF는 KOSPI 등 주가지수를 주식시장에 상장한 것으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만큼을 사고 팔 수도 있다. 정보도 부족하고 매매과정도 번거로운 해외 개별 주식 대신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해외 주가지수 ETF에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에는 퇴직연금을 ETF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회사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퇴직연금은 장기로 적립하는 상품이므로 리밸런싱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주가가 장기적으로 성장한다고 볼 때 단기적으로 불균형했던 가격이 장기적으로 균형을 이루며 리밸런싱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매번 포트폴리오의 자산비중을 꼬박 꼬박 계산하고 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때는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자산배분 펀드 등 리밸런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