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간 이기주의 없애기 위해 TED 프로그램 신설

심리적 안정 없이 ‘디지털’과 ‘글로벌’ 불가능 인식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디지털과 글로벌이라는 쌍두마차가 역사상 유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처해 있는 금융회사의 돌파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모든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의 어록에서 빠짐 없이 등장하는 단어라는 점에서 그 위상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과 글로벌이라는 가치는 아직까지 금융회사의 조직 구성원에겐 낯선 대상일 뿐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지만,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데 익숙할 뿐이지, 그 기술을 핵심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그 기술을 선도하거나 학습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또한 마찬가지다. 외국어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는 무척 많이 받아왔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외국인을 영업 대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영업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펼쳤으며, 방법 또한 얼굴을 맞대고 감성을 교감하는 대면 영업이 중심이었다. 정보기술을 이용한 기기를 이용해오고 있었지만, 그것은 대면 영업을 도와주는 종속적인 기술이었지 한 번도 전면에 내세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익숙하든 익숙하지 않든 디지털과 글로벌은 은행, 더 나아가 금융지주회사들의 미래라는 점에서 피해갈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 게다가 단군 이래 가장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불안감은 금융회사 구성원 모두를 긴장시키고 있고, 그 긴장감은 조직의 심리적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직의 심리적 불안정. 이는 건강한 긴장감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때도 있지만, 균형점을 잃고 좌충우돌하게 만드는 경우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러한 경우를 막기 위해서 리더에게 필요한 핵심덕목이 있다.

시스템 역량 강화의 효과에 대해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과 구성원들의 성과 저하가 구성원 개인의 자질보다는 조직의 구조적, 문화적 환경에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에게 필요한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게 된다. 창의성의 전제가 조직의 심리적 안정이기 때문이다. 안정되지 않은 조직은 단기성과에 연연하고, 구성원 개인의 실수가 인사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미래의 불확실한 성과가 예상되는 아이템은 누구도 선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과는 장기적으로 발생하며 불확실성이 큰 아이템에서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보이기 십상이다.

취임 석 달이 된 IBK기업은행 김도진 은행장이 ‘은행판 TED’를 선보였다. 은행 내의 소통을 강화하고 부서간의 장벽이 되고 있는 사일로를 제거하기 위해서란다. 분기별로 진행될 예정인 ‘지(知) 콘퍼런스’는 성격에 따라 지콘서트 혹은 지포럼이 될 수도 있단다.

와인, 패션, 심리, 관상 등의 취미는 물론 업무 이외의 지식과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면서 부서간의 소통 기회를 늘리다보면 자연스레 부서이기주의가 옅어지고,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도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은행의 판단이다.

김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부서간 벽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며 “형식적 회의, 격식에 얽매인 보고를 벗어 던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과 글로벌이라는 쌍두마차가 제대로 달리기 위해선 조직의 심리적 안정이 필수 전제조건이라는 것을 김 행장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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