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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표 술 '삼해주' 3편]벽안의 외국인도 반한 ‘삼해소주’
[서울의 대표 술 '삼해주' 3편]벽안의 외국인도 반한 ‘삼해소주’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7.03.26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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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캐임브리지 시음회서 영국인들 호평

법고창신 위해 삼해주 현대적으로 재해석 시도

   
▲ 김택상 명인은 9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영국인과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삼해소주를 소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사진 : 삼해소주가>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삼해소주를 맛보기 위해 벽안의 외국인들이 찾는 삼청동 삼해소주가. 그들이 맛본 증류소주의 맛은 초록색 병에 담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소주와는 차원이 다른 술맛이었다. 그들은 오크 향 짙게 배어 있는 위스키에 익숙하지만 삼해소주를 맛본 외국인들은 누룩과 쌀소주 특유의 향, 그리고 목 넘김 이후에 다가오는 달착지근한 맛에 놀라운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김택상 명인은 이 같은 외국인들의 반응에 화답하듯 이달 중순 영국의 케임브리지를 4박5일 동안 방문했다.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가 통천 김씨의 가양주로 빚어왔던 삼해소주가 처음으로 물을 건너가 외국인들에게 소개된 것이다.

“주한 영국대사를 역임한 백작 작위의 전직 외교관은 물론 대학교수 등 100여명의 영국인과 재영교포가 시음회에 모였다”며 “삼청동을 찾는 외국인들처럼 우리 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김 명인은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시음용으로 가지고 간 40여병의 삼해소주도 동이 날 만큼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번 행사에서 힘을 받은 김 명인은 미국과 스페인 출장도 계획하고 있다. 현지에서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그를 찾는 외국인과 교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란다.

가양주 삼해소주
이처럼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는 삼해소주가 오늘날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김택상 명인의 어머니 이동복 여사가 집안의 가양주를 전수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부분의 가양주가 며느리를 통해 전수되었던 것처럼 삼해소주도 같은 경로를 통해 살아남았던 것이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참판을 지내던 증조부(김윤환)가 충남 보령으로 낙향을 하고, 그의 부친은 일제의 징용을 피하기 위해 학교 선생님을 했으나, 얼마 후 보령에 술도가를 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의 주세법과 박정희 정부 시절의 양곡관리법에 따른 밀주 단속을 피해가며 삼해소주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막걸리를 빚던 술도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김택상 명인은 설명한다.

어른 키에 달하는 항아리들이 마당 가득 묻혀 있던 대천의 양조장은 김택상 명인의 놀이터였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술 빚기를 보면서 자란 김택상 명인은 집안 분위기에 의해 자연스럽게 술을 체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능전수자가 되었던 것은 아니다. 88올림픽이 개최되기 전까지 약 40년 동안 삼해소주는 정식으로 빚을 수 없는 술이었다. 따라서 아무도 이 술을 배워야할 이유도 없었고 배우려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1993년 이동복 여사가 서울시 지정 무형문화재가 되면서 형제들 중 누군가 기능전수자로 나서야할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형제 중에 손재주가 제일 좋았던 김택상 명인이 어머니의 뒤를 잇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행정업무부터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술빚기가 24년이 되었고, 급기야 본격 술도가를 차리기 위해 물 좋은 땅을 물색하기에 이르렀다.

   
▲ 소주를 증류하기 위해 동증류기를 다루고 있는 김택상 명인.

삼해소주 빚기
김택상 명인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말은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이 말한 바 있는 ‘법고창신’이다.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의 이 말은 삼해소주가 현관에도 붙어 있는 말이기도 하다.

어머니 이동복 여사가 빚은 삼해소주는 밑술을 포함해 3차 덧술까지 총 4번의 술빚기에서 쌀과 누룩, 그리고 물만을 이용한 술빚기이다. 밑술과 덧술은 멥쌀을 사용하고 남은 두 차례의 덧술은 찹쌀로 빚는다.

하지만 김 명인은 어머니의 주방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어 한다. 재료도 쌀만 고집하지 않는다. 과거부터 이용해온 국화 이외에도 귤과 고로쇠 등의 재료를 해당 계절에 사용한다. 누룩도 마찬가지다. 밀 이외에 상황버섯을 넣어 누룩을 빚기도 하고, 산양삼 등을 넣어 술을 빚어 소주를 내리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술을 빚는 이유는 소주를 내리기에 좋은 재료를 다양하게 적용하면서 보다 나은 소주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김 명인은 말한다. 하지만 술 빚기는 재료보다 정성과 환경이 더 중요하다. 어머니인 이동복 여사가 말한 주방문과 술 빚기 방법론을 아직도 고수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맛있는 소주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삼해소주의 맛을 극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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