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리 AI테크놀러지 신근영 회장

얼마전 LA 방문길에 미주 최대 은행인 H은행 J회장과 LA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은행인 C은행의 은행장과 함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날 자리에서 나는 4차 산업혁명의 발전 속도는 과거 1, 2, 3차 산업혁명의 발전에 비해 빛의 속도라고 말하며 하루라도 빨리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핀테크 도입을 서두르고 기술과 산업의 변화에 맞춘 빠른 변신을 추구하라는 조언을 드렸다.

그러나 그 얘기를 들은 J 회장은 “미국의 금융산업은 거대 항공모함과 같아 진로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며 “은행산업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힘든 산업이다. 방향을 한번 틀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방향을 틀어 진행 방향을 바꾸면 무서운 속도로 오랫동안 그 방향으로 전진한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과 같이 작은 나라에서는 빠른 변신이 가능하겠지만 미국은 그리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세계 대부분의 금융권 경영진들이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예상되고 우리나라도 이 범주를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다.

2년전 핀테크 바람이 거세게 불 때 모 증권사 사장 또한 이런 말을 했다. “핀테크는 일년만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그라들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온라인 증권사가 우리나라 모든 증권사를 집어 삼킬듯 덤벼 들었지만 업계 10위권에 불과한 키움증권 하나 탄생한 것이 그 열풍의 전부일 뿐 별일 없지 않느냐?”

그러나 이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1차 산업혁명이 전세계로 퍼져 세계 경제의 틀을 바꾸는데 10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소요된 반면 2차 산업혁명은 불과 50여년 만에 세계를 바꿨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3차 산업혁명의 진행속도는 겨우 20년도 안 되는 시간에 전 세계를 모두 연결하며 세상의 근본을 바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는 3차 산업혁명 절반 이하의 기간에 전 세계 모든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거에는 거대한 것(대기업)이 작은 것(중소기업)을 잡아먹는 시대였지만 이제는 빠른 것(스타트업)이 거대한 것(공룡기업)을 잡아 먹는 ‘속도의 시대’가 되었다.

구글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5년도 안 걸렸고 에어비앤비는 10년도 안돼 세계 최대의 호텔체인인 쉐라톤 그룹의 시총을 가뿐이 넘어섰다. 우버는 7년만에 GM의 가치를 넘어선 거대 기업이 됐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지난 10년간 세차장의 매출이 50%가 줄어든 것을 발견한 업자들은 아무리 조사해도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도시의 차량 대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집에서 세차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결국 그 원인을 조사해보니 스마트폰의 보급이 늘면서 운전자들이 손쉽게 일기예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고, 내일 비가 온다면 오늘 세차를 건너뛰면서 세차장의 매출이 반토막 난 것이다.

불과 2~3년 사이에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정도로 산업의 기본 바탕이 바뀌어 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껴 대응하기도 전에 고객은 이미 다른 상품과 다른 서비스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 현실이다.

인공지능과 IOT의 결합으로 파생되는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는 전세계 모든 산업군에 예측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기존 산업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런 변혁의 시대에 누가 살아남고 누가 적응해서 더 발전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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