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2017년 화두 “민영화는 끝이 아니라 시작”

오디세우스 10년 귀향길처럼 새로운 목표 위한 토대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간난신고라고 해야 할 것이다. 10년이나 끌었던 전쟁이 겨우 끝났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시 고향 땅으로 돌아오는데 10년의 세월이 흐른다. 이쯤 되면 모두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길을 나선다.

20여년을 고난의 시간으로 보내야했던 오디세우스 이야기다. 시인 호메로스의 입을 통해 그리스 영웅의 새로운 전형이 되었던 오디세우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으로 폭풍우를 맞아가며 에게해와 지중해 곳곳을 전전한다. 때론 배가 난파되고, 각종 위험에 맞서다 트로이 전쟁을 같이 치른 동료들을 잃기도 했던 오디세우스. 하지만 그 무엇도 그의 항해를 멈추게 할 수 없었다.

불멸하는 여신 및 요정, 키르케와 칼립소 그리고 사이렌의 유혹은 필멸하는 인간으로서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자 제안이었으나 그는 목표를 잃지 않았으며, 괴물 퀴클롭스의 위협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위험도 그의 발목을 잡지는 못했다. 나오시카 공주의 유혹은 같은 필멸하는 인간으로서 정중히 거절하고 10년만에 도착한 고향땅, 이타카.

그러나 도착만으로 귀향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의 부재는 권력의 공백 상태를 의미했고, 결국 자신의 권력과 부, 그리고 아내 페넬로페를 노리는 경쟁자들의 준동으로 이어졌다. 그의 재산을 축내면서 페넬로페에게 재혼할 것을 요구하는 무뢰한들을 정리해야만 했던 것이다.

신화와 서사시에 등장하는 그리스 영웅들 중에서 가장 오래 참고 때를 기다릴 줄 알았던 오디세우스는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불한당들을 한판 굿으로 정리해 낸다. 굿판이 끝나고 난 뒤에야 그의 부재로 인해 발생한 20년간의 권력 공백은 메워졌고, 각종 유혹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정체성도 회복된다. 오디세우스라는 정체성은 이타카에서 페넬로페의 남편으로서 텔레마코스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백성들로부터 왕이라 불려야할 존재였던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갖은 고초를 이겨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했지만, 여기서 종언을 선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아내 페넬로페와의 해후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여보! 우리는 아직 모든 고난의 끝에 도달한 것이 아니오. 앞으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노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아무리 많고 힘들더라도 나는 그것을 모두 완수해야만 하오.”(<오디세우스> 제23권)

재임에 성공한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이 올해 메시지를 낼 때마다 강조하듯 하는 말이 있다. 신년사는 물론 주주총회장에서도 그는 이 메시지를 꺼내들었다. 아마도 올해 가장 많이 이야기할 주제일 것이다.

“민영화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16년 동안 이 행장을 비롯한 우리은행의 행장들은 모두 민영화를 이야기해왔다. 그 시점에서 민영화는 우리은행 정체성의 완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민영화가 완성된 단계에서 은행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한다. 그것은 민영화된 우리은행의 성장일 것이다.

그래서 이 행장은 종합금융그룹을 이야기한다. 갖은 유혹과 위험을 헤쳐 나가며 귀향에 성공한 오디세우스가 또 다른 모험을 이야기했듯이, 이광구 행장도 새로운 과제를 꺼내든 것이다. 그것이 매 순간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체성을 잃는 순간 개인은 물론 기업도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이광구 행장도 오디세우스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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