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4인방 의기투합, 국내 수제맥주 바람 일으켜

지난해부터 위탁생산 끝내고 제주서 수제맥주 생산

   
▲ ▲ 제주시의 감귤 창고와 포장공장을 리모델링해 2016년부터 크래프트 비어를 생산하고 있는 맥파이 제주 브루어리 전경
   
▲ ▲ 맥파이에서 생산하고 있는 에일 계열의 맥주들로, 좌측부터 페일에일, IPA, 엠버에일, 콜쉬, 사우어에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수제맥주의 진한 풍미와 향으로 젊은이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는 ‘경리단길’. 허름한 상가 곳곳에 위치해 있는 수제맥주 탭하우스(생맥주집)를 올레길 도장 찍듯 찾아다니는 ‘펍-크롤(술집 순례)’이 젊은이들의 새로운 술 문화가 될 만큼 서울의 대표적 명소가 된 곳이다.

그 길 초입에 크래프트 비어 붐의 원조 격의 탭하우스가 하나 있다. 후미진 상가 한편의 10평쯤 되는 좁은 공간을 활용해 지난 2012년부터 수제맥주를 판매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치맥’대신 ‘피맥(피자+맥주) 문화를 대세로 자리 잡게 한 ‘맥파이’가 바로 그곳이다.

‘길조’로 사랑받고 있는 우리의 텃새인 ‘까치’처럼 맥주양조를 길게 해달라는 뜻으로 한국인 친구가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맥파이는 4명의 미국인과 캐나다인(에릭, 티파니, 핫산, 제이슨)이 만든 브루펍(자가맥주판매주점)이다. 이들이 한국 땅에서 의기투합한 것은 대형맥주회사에서 만드는 물 같은 맥주가 아니라 맛은 물론 향미가 풍부한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마디로 맥주가 천편일률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양조시설이 없던 초기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맥주를 팔기 위해 ‘카브루’, ‘세븐브로이’, ‘더 테이블’ 등의 소규모맥주제조장에 레시피를 주고 위탁주문 생산을 통해 경리단길과 홍대앞 맥파이에 맥주를 공급했다. 맥주의 맛과 향미로 승부를 걸었던 맥파이는 점점 입소문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제주도에 자신들만의 브루어리(양조장)를 갖게 된다. 현대미술관 ‘아라리오 뮤지엄’의 투자를 받아 제주시에 위치한 감귤창고와 포장공장을 빈티지한 맥주양조장으로 탈바꿈시키고 본격 양조를 시작한 것이다.

제주 맥파이는 월 20리터 케그(맥주저장통) 2400개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국내 소규모맥주제조장 중 5번째 규모라는 것이 이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시설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계절별로 적게는 8개에서 많게는 1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기본으로 페일 에일과 IPA(인디언 페일에일), 포터(스타우트 계열) 등 5가지 맥주와 계절 메뉴로 생산하는 3종류의 맥주를 생산하며, 계절이 바뀌는 시절에는 교체기의 맥주까지 공급하게 돼 맥주의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발맞추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생산된 맥주는 모두 영상 2도의 냉장환경이 유지되는 냉장차에 실려 배로 서울의 매장과 주요 납품처로 보내진다. 생맥주 본연의 맛을 지키기 위해선 온도관리가 생명이기 때문이란다.

맥파이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상면발효 효모를 활용하는 에일 계열(페일 에일, IPA, 포터, 사우어 에일)이 다수이며, 하이브리드 에일로 분류되는 독일 쾰른 지역의 맥주 ‘콜시’, 벨기에 밀맥주인 화이트 에일 등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 맥덕(맥주덕후)들에게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사우어 에일까지 생산하고 있는데, 이 술은 제조공정에서 소금과 고수씨앗을 넣어 독특한 향미와 신맛을 내고 있다.

한편 맥파이 제주브루어리에서는 주말을 이용해 맥주를 좋아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루 세 차례(오후 1시, 3시, 5시) 브루어리 체험 행사를 실시한다. 양조장을 실제 견학하면서 맥주의 제조공정 전체를 설명해주는 한편, 생산된 맥주의 시음까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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