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류재광 수석 연구원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서 정년 연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정년 60세를 도입했고 올해부터는 모든 기업에 이를 확대 적용했다. 하지만 경제 침체와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조기 희망퇴직이 이어지는 등 정년 60세 정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도 오랫동안 정년 연장에 대해 고민해왔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근로자들은 정년 연장을 절실히 원했지만 기업은 비용 부담과 젊은 조직문화 구축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부정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정년 연장이 한번에 도입되지 못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루어진 이유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기업의 정년은 55세가 일반적이었다. 1980년대 들어 고령화가 심화되자 많은 논의 끝에 1986년, 정년 60세를 기업의 ‘노력의무’로 규정했다.

말 그대로 노력의무이다 보니 강제성이 없고, 이행하지 않아도 벌칙이 없었다. 그러나 다시 10년이 흘러 고령화가 더욱 심화되자 1998년에는 정년 60세를 법적 의무로 규정했다.

당시 일본의 고령화 비율이 약 15%였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13.2% 수준에서 정년 60세를 도입한 것이 결코 늦은 것은 아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06년, 고령화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자 이번에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2013년까지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2013년 4월부터는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이 65세까지 일할 수 있게 됐다. 단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를 통해 기업이 선택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정년을 아예 폐지하거나, 65세까지 연장하거나, 65세까지 ‘계속 고용제도’를 도입하는 3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마지막에 언급한 계속 고용제도는 다시 ‘재고용제도’와 ‘근무연장제도’로 구분된다. 재고용제도는 60세에 정년을 맞이한 근로자가 일단 정년퇴직 수속을 한 뒤, 기업이 65세까지 재고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재고용 할 때의 신분은 회사별 규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 근무연장제도는 정년을 맞이한 근로자를 퇴직시키지 않고 기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65세까지 고용을 연장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비용 부담을 줄여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재고용제도를 선호하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일본에서는 근로자가 31인 이상인 기업 15만3023개 중 무려 99.5%가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를 도입했다.

후생노동성에서 분석한 조치 유형별 비중을 살펴보면 정년을 아예 폐지한 기업이 전체의 2.7%,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한 기업이 16.1%, 65세까지 계속 고용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81.3%로 가장 많다.

2006년 법안 통과 이후 2013년 의무화까지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만큼, 65세 정년 제도가 순조롭게 정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60세 정년이 어느 정도 정착하고 나면 65세 정년 논의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한 직장에서 얼마나 오래 근무할 수 있을 것인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생 할 수 있는 일(직업)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는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맞이하기가 쉽지 않다.

‘평생 현역’으로 살 수 있는 자신만의 일을 갖는 게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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