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주도하는 디지털시대에도 은행업의 본질은 불변

“원칙 묵묵히 지켜나가면 50년 뒤 ‘글로벌 100’도 가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디지털’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회를 새롭게 재구조화하는 혁명이다. 사회 전분야가 재구조화되고 있지만, 사실상 이 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곳은 금융회사들이다. 생체기술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핀테크로 접목시킨, 그래서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빠르게 고객들을 디지털 채널로 유도하고 있는 곳이 금융산업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이 이처럼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문법을 체화시키고 있는 것은 이 대열에서 탈락하면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 인력을 기술친화적인 인력으로 키워나가고 궁극에는 디지털사관학교로 만들겠다는 은행장으로부터 디지털 기술에 의한 은행업의 본질을 재정의하자는 은행장에 이르기까지 근본 틀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올초 신년사에서 <장자> ‘소요유’편에 나오는 붕정만리(鵬程萬里)로 포부를 밝혔던 박인규 DGB금융지주회장 겸 대구은행장도 100년 은행을 향한 뉴 스타트에 필요한 무기가 ‘디지털’이라는 데 동의하고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채널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모바일 시대는 고객과 만나는 채널이 바뀐 것이지 업의 본질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즉 본질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업이 건재할 수 있었던 ‘신뢰’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은 “사람이 건강을 잃으면 다 잃었다고 하듯이 금융사는 망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금융의 안전장치인 원칙을 지켜”서 망하지 않는 금융회사를 만들자고 덧붙였다.

박 회장이 말하는 금융업의 본질은 ‘원칙’과 ‘신뢰’라는 것이다. 그래서 신뢰를 얻기 위해 지역은행으로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면서 은행의 공공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비올 때 우산 빼앗지 않는 금융’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박 회장의 생각은 1997년 IMF 위기 당시의 대구은행 유상증자 사례에서 비롯됐다. 당시 주식공모가격이 시가보다 네 배 이상 비싼 액면가(5000원)였는데 지역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청약에 가세해 당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은행과 고객의 상호적 관계는 기술이 대체할 수 없다고 박 회장은 보고 있는 것이다.

‘신뢰’와 ‘원칙’이 비단 금융업에만 해당되는 업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사회를 구성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기술이 주도하고 있다하더라도 비즈니스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불변의 원리일 것이다. 특히 지점 채널의 영업비중이 더욱 축소되고 비대면 중심으로 금융업의 영업방식이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금융 서비스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주체는 사람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박 회장은 직원들에게 관계성을 중시하는 어록을 일관적으로 남기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 있게 그 본질을 묵묵히 지켜나간다면 50년 뒤, 100년 은행이 되었을 때 글로벌 100대 은행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박 회장의 올해 화두인 붕정만리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신뢰’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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