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듣는다’는 것은 행위가 아니라 문맥 파악하는 것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펠로우십 글 올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리더십은 펠로우십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잘 듣는 사람이 잘 이끈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잘 듣는다’라는 행위에 방점이 찍혀있다. ‘잘 듣는다’는 것은 말하는 화자의 컨텍스트(문맥)를 파악해낸다는 것이지, 말을 듣는다는 행위 그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듣는다’라는 행위에 매우 취약하다.

그 취약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토론회이다. 동문서답은 애교로 봐야하고,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반론을 하는 것은 일상이며, 아예 상대방의 말을 막으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특히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 만큼 우리는 텔레비전을 통해 더 자주 이런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

토론은 자신의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진행한다. 그리고 거듭된 의견의 개진은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지 마음을 해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상대에게 강요하듯이 반복하길 좋아한다. 그리고 말을 거듭할 때마다 우리는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같은 말을 반복할수록(반대로 반복해서 들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상대방 의견으로부터 멀어지는 느낌을 자주 갖는다. 즉 화자의 입장에선 설득과 관계없이 말하는 순간 자신의 의견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청자의 입장에선 설득당하기보다 용수철 튕기듯이 반대 입장을 더욱 강하게 유지하는 자신의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말이 반복될수록 감정까지 상승돼 싸움으로 확장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자주 목격하게 된다.

원인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즉 ‘듣는다’라는 행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경청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일침을 놓듯 페이스북(4월21일)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한국 사람들이 펠로우십이 없다는 말에 동의가 되는 면이 있다. 사소한 예이지만 우리 회사 시설을 보러오는 팀들이 가끔 있는데 한국 분들 안내하기가 훨씬 힘들다. 그룹 사이즈가 열명 정도라 하면 외국 분들은 전원이 안내자를 바싹 따라다니며 경청한다. 한국 팀은 대부분 산만하게 흩어지고 자기들끼리 다른 대화를 하며 안내자를 민망하게 만든다. 런던에서 한국과 영국의 합동만찬이 있었는데 만찬석에서 자유롭게 대화하던 영국 사람들이 사회자 한마디 한마디를 완전 꼿꼿한 자세로 경청하는 모습을 보고 군대보다 더하다 생각한 적이 있다. 한국 분들은 하시던 대화 계속 진행하시고.”

잘 들어야 말하는 내용의 요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잘 들어야 대화에 필요한 보완점도 찾아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상대방의 감정까지 고려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결과는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올 것이다.

지시하는 리더보다 소통하며 지휘하는 리더가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의 말을 곱씹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TV토론에서 대화의 기초까지 포기한 후보들의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선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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