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금융·경제 공약은 경제민주화, 가계부채 해소와 서민금융 부담 완화,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벌구조 개혁하는 경제민주화 시동

우선 문재인 정부의 금융·경제공약, 일명 ‘제이노믹스’의 핵심은 경제민주화에 있다. 경제민주화는 재벌의 경제독점을 막겠다는 것이다. 과거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원을 몰아줘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모델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재벌을 제한하고 각 서비스 분야에 집중 투자해 장기적으로 기업과 국가 생산성을 높여 내수를 진작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공정위원회를 개혁해 대기업에 대한 조사기능을 강화하고, 우회출자 차단, 순환출자 해소, 일감몰아주기 및 부당내부거래 방지 등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의결권 정상화 및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연기금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를 통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같은 사례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지다.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사주 규제강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감사의원 분리선출 △지주회사 규제강화 △자사주 처분규제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지주회사 자회사의 의무보유비율을 현행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에서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주사 전환 시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법안도 계류돼 있어 지주사 전환 비용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두 방안이 모두 시행될 경우 지주회사 가운데 SK가 지분율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삼성과 현대차그룹 등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을 더욱 높여야 하는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300조원 규모 가계부채에 메스

금융공약은 가계부채 해소와 서민금융 부담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13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3대 근본대책과 7대 해법을 마련했다.

3대 근본대책은 △부채주도에서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전환 △취약계층 부담 경감책 마련 △금융소비자 보호를 우선하는 금융정책 운용(금융민주화)이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해 여신관리지표로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신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 활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DSR은 1년간 갚아야 하는 대출이자 대출원금을 소득과 비교해 계산한 수치로, 금융당국이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시중은행은 지난달 17일 이후 DSR을 시범 도입했으며,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연합회 등과 함께 은행권이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DRS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안타증권 박진형 연구원은 “DSR이 본격 시행되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성장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 대출자의 소득과 포괄적 대출 규모가 모두 가계주체의 대출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다만 지난해 이후 은행권은 가계대출 성장을 스스로 조절하고 있으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고금리대출 부담 완화…업계는 반발

문재인 정부는 제2금융권의 고금리에 노출된 금융소비자를 위한 정책도 마련했다. 고금리 대출 부담 완화를 위해 대부업 등 이자제한법에 따른 최고이자율을 20%로 일원화하고 원금을 초과하는 이자 부과를 금지키로 했다. 현재 이자제한법상 이자율 상한은 25%이며,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은 27.9%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대부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자 부담을 완화하려다가 오히려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퇴출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 자금조달에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 없이 법정 최고이자율만 낮출 경우 대부업체는 대출을 줄이고, 저신용자들의 금리부담이 커져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며 “충분한 논의 후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4차산업혁명 통한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

문재인 정부는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를 위해 벤처캐피탈 시장 조정을 계획하고 특히 주요 공약으로 4차 산업혁명 지원을 내세우고 있어 스타트업,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와 이를 통한 중소형주 장세 및 코스닥 시장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점쳐진다.

키움증권 김상표 연구원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유가증권시장의 핵심 동인은 주요 IT기업들의 실적 호조와 4차 산업혁명 관련 수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적 매수세에 기인하고 있다”며 “10년만의 정권교체를 기점으로 IT기업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이 이끄는 중소형주 장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단 코스피가 정권교체 기대감을 상당부분 선반영했을 가능성이 있어 시장 움직임에 따른 단기적 대응은 자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 정부들어 자본시장에 미칠 또다른 주요요인으로는 주식·주식형펀드 양도차익 과세 강화 추진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와 관련해 비과세 폐지에 따른 주식시장 활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서연 연구원은 “주식시장 활력 저하와 증권주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중에서도 개인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의 민감도가 높을 것이며,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주식약정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민감도가 높아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행위 관련 처벌은 강화된다. 주가조작 등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형량·양형을 강화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할 방침이다. 또 시세조종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소멸시효 확대, 분식회계 등 불법 부당회계 방지를 위한 지정감사제 확대 등 기업회계 규율 정비도 추진된다.

증권업계는 “새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현행 자본시장 규제를 원칙중심의 네거티브 체계로 전환하는 한편, 비상장 장외시장에 대한 세제·제도상 차별해소, 연금자산의 자본시장 투자 확대 등의 자본시장 육성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험업…실손보험료 인하 ‘촉각’

보험업권의 가장 큰 관심은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낮추겠다는 정책에 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적용되지 않던 비급여를 축소하고 전체 치료비를 대폭 낮춰 발생하는 보험사의 반사이익을 보험료에 반영시키겠단 내용이다.

그간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치료비의 대부분은 사보험인 실손보험이 부담해왔다. 즉 국민건강보험만으로도 전체 국민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면 이를 보조하는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하 여지가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지난 정권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됐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도 불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지난 몇 년간 전체 의료비 지출의 60%대에 머물러왔다. 덕분에 비급여 체계를 손질해 국민건강보험의 의료비 보장률을 80% 이상 대폭 끌어올리지 않는 한 실손보험에 미칠 반사이익은 미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로 인한 과잉 진료, 과다 보험금 청구 문제는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올리던 원인은 맞다”며 “다만 공보험의 보장률을 대폭 끌어올리지 않는 한 실손보험이 얻는 반사이익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실손보험의 가격만 옥죄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효과는 물음표

문재인 정부는 역대 신임 정권의 ‘단골 카드’인 영세·중소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도 추진한다.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기준을 2억원에서 3억원으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한다. 또한 현재 연매출 5억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우대수수료율은 1.3%에서 1%로 인하할 계획이다. 점진적으로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에 대해 적용되는 우대수수료도 낮추고 약국, 편의점 등에도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대해 여신업권에서는 근거가 모호하고 영세가맹점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여신금융협회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맹점들은 가맹점수수료보다 경기침체와 임대료에 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수수료율을 모르는 가맹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가맹점수수료를 내려도 영세가맹점의 부담이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금융정책·감독 분리될까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 정책 가운데 하나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다. 현재 기능별로 나눠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구체적인 정리는 불분명하지만 정책 기능, 감독 기능, 소비자보호 기능이 별도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개편안에서는 금융위의 정책 권한을 현 기획재정부나 재정경제부를 신설해 이관하고, 감독 권한은 금융감독원에 통합시키는 방향을 내세우고 있다.

이 경우 금융위원회의 정책과 감독 부문은 분리된다. 현재 금융감독체계가 금융위, 금감원으로 양분된 상황인 만큼 정책과 감독 기능을 명확히 분리하는 방향의 조직개편을 추진하겠단 계획이다.

따라서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이 전담하고 금융위는 기획재정부에 흡수되거나 감독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인 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논의는 계속되겠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예상돼 개편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것이란 예측이다.

금감원 산하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 금융소비자보호원이라는 독립적인 기구로 만들자는 문제도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현재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단순한 민원 중개와 교육업무로 역할이 제한돼 있어 소비자보호 기구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있어 왔다.

다만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만들겠다던 문 대통령의 공약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상정된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원을 분리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이 재논의 될 필요가 있어 국회 통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kbanker.co.kr
염희선 기자 spike@kbanker.co.kr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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