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2 22:10 (화)
[응답하라, 우리술36]영국·벨기에서 양조 배운 굿맨 조현두 이사
[응답하라, 우리술36]영국·벨기에서 양조 배운 굿맨 조현두 이사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7.06.11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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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팔 술보다 세월 익혀야하는 술 먼저 양조한 장인

오픈마인드 양조문화 한국서 실천하며 자신의 술 빚어

▲ 굿맨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맥주 중 일부. 좌측부터 인디아 페일에일, 세종, 익스포트 스타우트, 세종 프렌치, 페일에일, 앰버에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굿맨브루어리는 영국과 벨기에 스타일의 브루잉을 추구합니다. 부드러운 풍미의 영국 맥주와 오랜 발효 역사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벨지안 스타일의 맥주가 가장 저희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굿맨브루어리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첫 문장이다. 미국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혹은 독일에서 양조를 배운 양조사들이 대다수인 국내 시장에서 굿맨이 내건 영국과 벨기에는 그 자체로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유는 맥주 맛을 위해 상상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미국 수제맥주 시장의 트렌드가 영국 맥주 스타일에 벨기에적 요소를 결합시키면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극한의 맛보다는 밸런스를 앞세우는 술맛을 내는 지역이기에 더욱 그렇다. 

굿맨이 구리시에 터를 잡은 것은 지난 2016년. 양조장 밖으로 맥주를 팔수 있도록 허용한 주세법 개정이 있고도 두 해가 지난 뒤이다. 초기 시장 진입자도, 경리단길에서 피맥의 원조로 이름을 날리지도 않았지만, 굿맨만의 탄탄한 술맛은 이미 맥덕(맥주덕후)들의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술맛의 근원은 무엇일까? 당연히 사람이다. 와인이 좋아 영국으로 늦깎이 술 공부(WSET과정)를 나섰다가 현지에서 불고 있는 크래프트맥주 붐을 체감하고 런던의 양조장에서 맥주를 공부한 조현두 이사가 그 주인공. 

이 양조장의 양조대표인 조 이사는 스스로 술 공부와 관련해 ‘행운아’라고 서슴지 않고 말한다. 영국이라는 열린 양조 공간에서 런던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스코틀랜드까지 지역의 경계나 인종의 구분 없이 양조사라는 신분만으로도 제 가족처럼 술 빚기를 알려주고 챙겨주던 오픈 마인드의 양조 문화를 경험하면서 여러 스승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의 술을 빚을 수 있도록 그에게 탁월한 영감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국가의 경계를 벗어나 벨기에 장인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열려 있는 유럽의 크래프트 맥주 문화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그는 말한다.

이렇게 양조기술을 배운 조 이사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개화하는 것을 확인하고 귀국을 하게 되고 굿맨에 합류한다. 그리고 처음 빚은 술은 현재 판매하고 있는 IPA(인디아 페일에일)나 테이블비어, 스타우트와 포터 등이 아니다. 흔히 바로 만들어서 팔 술을 양조하면서 수익이 나면 자신이 원하는 술을 만들 텐데,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장인정신을 발휘해 벨기에식 술 빚기에 나선 것이다. 

▲ 영국에서 맥주 빚기를 배운 굿맨브루어리의 조현두 이사는 좋은 술은 열린 크래프트 양조문화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그가 맥주의 양조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

양조장 한편에 배럴을 수북이 쌓아둔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서 세월과 함께 익어가는 발효맥주들이 켜켜이 쌓여져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피노누아 와인을 숙성시켰던 60개의 배럴 안에서 익어가고 있는 술은 벨기에의 천연발효맥주인 람빅(Lambic)과 플란더스 레드에일, 그리고 벨기에의 농주라고 일컬어지는 세종(Saison) 등이다. 바로 이 술들이 양조장을 열고 빚은 첫 술들이다.

람빅은 우리나라의 전통 발효주처럼 천연 효모로 발효시켜 신맛을 내는 술이다. 신맛(사우어)나는 맥주를 맥덕들이 좋아하기는 하지만, 애주가들은 대체로 술의 신맛을 꺼린다. 그런데도 그는 유행에 맞춰 술을 빚기보다 술의 맛을 넓히는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유는 와인에서 꽃피우지 못한 그의 아쉬움 때문이다. 시간과 함께 익어가는 와인처럼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는 술들을 그는 사랑한다. 물론 벨기에 등 유럽에서는 독특한 풍미의 이 술을 와인처럼 대우한다. 게다가 프리미엄 맥주로 평가해 가격도 비싼 편이다. 즉 조 이사는 국내에서의 프리미엄 시장을 내다보며 선투자라는 입장에서 술을 빚고 있는 것이다. 

그가 빚는 플랜더스 레드에일은 올 여름 첫 선을 보일 계획이며 람빅은 내년 봄쯤 2년차와 1년차를 블랜딩한 괴즈 스타일로 출시할 생각이란다. 

“세상에 최고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더 고민하고 노력하며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자”조 이사가 밝힌 좌우명이다. 꼭 그의 술이 꼭 그의 마음을 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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