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개방·수용·혁신’ 주도 

낯선 시각으로 현실 직시 필요, 포용력 상실하면 로마처럼 쇠락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올 초 신한금융지주의 수장으로 오른 조용병 회장은 ‘1000년 로마제국’을 취임사에서 강조한 바 있다. 3개의 대륙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개방성과 수용성,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에 있었던 만큼 그 로마를 배워서 신한금융지주를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시키겠다는 다짐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두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금융시장. 리딩이 아니면 좀처럼 생존의 기회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거친 환경을 타개해야 하는 금융지주 수장들은 한결같이 상대를 능가할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조 회장은 그 전략의 뿌리를 ‘1000년 로마제국’에서 찾은 것이다. 초기 멤버들과 자주 로마사를 스터디했던 조 회장은 여전히 유효한 로마사의 교훈을 금융지주의 생존전략으로 연결시키고자 했다.

그 핵심 개념이 개방성과 수용성, 그리고 끝없는 도전과 혁신이다.

그렇다면 로마의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개방성과 수용성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1995년 우리 사회에서 불었던 로마사 열풍의 진원지가 됐던 책 <로마인이야기>(시오노 나나미 저)에서 저자는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지는 것이 로마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로마인이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마디로 개방성과 수용성이었던 것이다. 

로마에 앞서 지중해 상권을 장악했던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들은 지극히 폐쇄적인 시민정책을 고수했다. 먼저 부모가 모두 그리스 시민이어야 했다. 민주주의를 꽃피웠다는 아테네의 경우도 부모가 아테네 시민이 아니면 시민이 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순혈주의 시민권 정책을 펼친 것이다. 그에 따라 인구 30만명의 아테네에 성인남성 시민은 고작 3~4만명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같은 순혈주의는 확장성을 갖지 못하고 폴리스의 쇠락으로 연결됐다. 로마는 그래서 지역적 연고에 관계없이 시민권을 부여한다. 로마에 기여하면 타민족도, 그리고 로마에서 태어나지 않아도 당시 지중해 패권을 장악한 로마의 시민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유연한 시민권 정책은 결국 로마의 급성장을 견인해낸다. 

조 회장도 신한금융지주를 개방성의 원칙을 적용시켜 순혈주의의 벽을 허물고 있다. 우선 지난 4월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조영서 전 베인앤컴퍼니 대표를 선임했고,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그리고 카카오 출신의 인공지능 전문가인 박승택 박사를 카드사 인공지능 랩장으로 영입했다. 과거와 다른 금융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선 비금융적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로마처럼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2020년까지 신한금융을 아시아리딩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히고 있다. 그 도전과 혁신의 대상은 디지털금융과 해외영업, 그리고 투자은행 영역이다. 

디지털금융은 인공지능과 핀테크, 빅데이터 등이 기술을 근간으로 기술주도형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키우고 있고, 투자은행 영역은 해외에서의 금융주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생각이다. 
조용병 회장이 지주사 회장으로 취임한 지 100일이 됐다. 아직은 로마의 성공요인에서 더 많은 지혜를 얻어야 할 때일 것이다. 하지만 3개 대륙을 호령하던 로마제국도 결국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장점으로 내세웠던 개방성과 포용력을 상실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이다. 

외부 인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금융지주 및 계열사에 있는 듯싶다. 하지만 전혀 다른 DNA가 필요한 시점에 낯선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볼 인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초기 커뮤니케이션의 불편을 넘어서는 많은 장점을 지주사에게 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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