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비어’ 철학으로 크래프트 정신 실천하는 김태경 대표

20~30대 젊은이들 성지순례하듯 찾는 성수동 핫플레이스

▲ MBA 유학을 가서 맛본 맥주 맛에 놀라 맥덕의 길을 걷다 결국 컨설턴트를 그만두고 맥주양조업에 투신한 ‘어메이징 브루어리’의 김태경 대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정부가 세금 걷기 편하기 위해 막걸리와 소주 공장을 통폐합하기 전까지 술은 대표적인 로컬푸드였다. 물 좋다고 소문난 곳이면 으레 술도가가 있었고, 지역에서 나는 쌀과 곡물로 술을 빚어 잘 익은 술향이 동네에 퍼져나가면 말술 정도는 우습게 여기던 주당들이 자연스레 울타리 없는 양조장에 모여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은 40~50대 장년들에게도 빛바랜 사진첩에 꽂혀 있는 추억쯤으로 남아 있는 기억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라졌던 지역 양조문화가 수제맥주와 함께 부활하고 있다. 그것도 20대 꽃피는 청춘들이 그들만의 ‘작은 사치’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기호에 맞는 맥주를 찾아 지역 양조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이 같은 젊은이들의 소비성향을 제대로 읽어내고 ‘도심형 다품종소량생산’을 기치로 내걸고 브루펍(양조장을 겸한 술집)을 낸 시장선도자가 있다.

제화 및 기계, 염색공장 등이 모여 있는 준공업지역이었던 성수동을 젊음이의 거리로 바꾸면서, 성수동 펍크롤(술집순례)에 20대 여성들의 발걸음을 재촉한 ‘어메이징 브루어리’의 김태경 대표가 바로 그다.

미국 유학시절, 대형매장 한편 매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다채로운 맥주에 놀라 시작된 그의 맥주 편력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맥주는 모두 알코올 도수 4.5%짜리만 있는 것으로 알았던 시절, 여름철에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가벼운 맥주부터 알코올 도수가 10%에 달하는 바디감 강한 맥주까지, 그리고 와인에 버금가는 향긋한 아로마를 지닌 맥주와 호프의 쓴맛을 강조한 맥주는, 우리 맥주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게 할 만큼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리고 매대 한편에 ‘로컬비어’라는 이름으로 마련돼 있는 지역맥주들은 그를 맥주의 세계로 강력히 잡아당기는 구심력이 됐다. 그 때 이후 맥주와 관련한 김 대표의 화두는 ‘로컬비어’가 됐다고 한다.

김 대표가 맥주의 세계로 더욱 천착하게 된 시기는 경영컨설턴트로 세계맥주의 집산지라고 칭할 수 있는 네덜란드에서 6개월간 교환근무를 할 때다. 그의 맥주 편력의 황금기였던 이 시절, 세계 수제맥주 시장을 이끌고 있는 벨기에의 트라피스트는 물론 다양한 양조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진귀한 맥주를 섭렵한 것이다. 

결국 그는 컨설턴트를 그만두고 성수동에 브루펍(술집을 겸한 맥주양조장)을 낸다. 맥주덕후 말고는 성수동을 직접 찾아 맥주를 마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이 말할 때 그는 ‘로컬비어’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힘을 믿었다. 젊은 계층의 취향이 고도주가 아닌 저도주에 맞춰져 있었고 해외여행을 통해 외국의 다양한 맥주에 노출된 젊은 계층이 잠재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심에 양조장을 만들면 편리한 접근성으로 사람을 충분히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 도심형 다품종소량생산을 기치로 내건 어메이징 브루어리의 양조장 내부모습. 다양한 맥주를 만들기 위해 몰트 당화과정을 직접 손으로 처리할 만큼 크래프트 정신을 지향하고 있다.

이 같은 그의 믿음은 지난해 오픈 이후 만석 기록을 놓친 적이 없다는 사실로 입증됐고, 지난달 인천 송도점과 잠실점 오픈으로 이어지게 된다.

게다가 어메이징의 성수동 브루펍을 메운 고객의 80% 정도는 20~30대의 젊은 여성층. 두어 잔의 수제맥주를 즐기며 자신들만의 술문화를 만끽하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정확하게 집어낸 결과였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 “최근 젊은 계층의 럭셔리에 대한 개념은 우리 부모 세대와 다르다”며 “더이상 큰 집과 큰 자동차, 명품백이 럭셔리한 삶이 아니라 수제햄버거나 수제맥주처럼 조금 가격이 비싸도 자신의 취향을 고집하듯 즐기는 것이 요즘 세대의 ‘작은 사치’”라고 말한다.

어메이징에서 맛볼 수 있는 수제맥주의 종류는 대략 33종이다. 자체 레시피에 의해 만들거나 위탁생산을 통해 공급받은 20여종의 맥주와 13종의 외부 브루어리의 술을 납품받아 판매하고 있다. 젊은 계층의 다양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그만의 전략인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그는 홈브루잉 방식의 수제맥주 제조를 고수한다. 사람 손이 일일이 필요하지만, 크래프트 정신에 부합하는 맥주를 생산하는 도심형 다품종소량생산하는 맥주 브루어리의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한 그만의 고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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