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주관, 금융권 최대 규모 행사
참여사 CEO 강제 참석…구색 맞추기 지적도
일부 업권, 일자리 창출 맞물려 ‘눈치 보기’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하고 41개 금융사가 참여하는 금융권 최대 규모의 취업박람회가 열린다.

문재인 정부의 고용 확대 정책에 따른 것으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참석하는 등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일자리 창출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 및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일부 업권의 참여만 도드라진데다 실질적인 채용 연계에도 의문점이 남는다고 말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3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알림 1관에서 금융위, 금감원이 후원하고 총 41개 금융사가 참여하는 ‘청년희망 실현을 위한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가 열린다.

행사 주관사는 IBK기업은행이며 참여사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을 포함한 은행 11개사, 생명보험 6개사, 손해보험 11개사, 증권 5개사, 카드 5개사, 정책금융 3개사 등이 대상이다.

개막행사에는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예정), 최종구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감원장을 비롯해 각 금융협회 협회장, 참여 금융사 CEO 등 총 51명의 VIP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박람회의 개막행사에서 참여 금융사의 CEO 전원이 필히 참석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고용 창출이 새 정부의 핵심 과제로 선정된 만큼 취업박람회의 흥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취업박람회 참여사 가운데 참여도가 가장 높은 업권은 은행과 손해보험사다.

은행의 경우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비롯해 신한·KB·하나·우리·농협·수협·SC제일 등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까지 포함됐다.

손해보험사도 하위 3개사를 제외한 삼성·현대·동부·KB·메리츠·한화·NH농협·롯데·흥국 등 종합손해보험 9개사와 재보험사인 코리안리, 보증보험사인 SGI서울보증까지 모두 참여했다.

이들보다 훨씬 많은 금융사를 보유한 업권인 생명보험과 증권이 각각 6개사, 5개사만 참여한 것과는 대조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에 눈치를 봐야하는 특정 업권에서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사실상 정부 눈치를 보고 참여를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먼저 은행은 핀테크 활성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에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점포와 직원의 숫자가 줄어드는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다.

각 은행마다 희망퇴직 및 점포 축소에 나서면서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취업박람회에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 국책은행 등이 다수 포함된 데다 은행업 특성상 금융당국 규제가 심하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손해보험업권의 경우 현 정부의 보험료 인하 기조에 맞물려 대내외적인 압박이 심한 상황이다.

특히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은 최근 금감원이 특별감리를 통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자동차보험도 정부 눈치에 올 하반기 대다수의 보험사가 보험료 인하를 단행했다.

오는 2021년 새롭게 도입되는 회계기준(IFRS17)에 따라 발생할 대규모 부채에 대비해 자본 확충과 설계사 조직 감축 등 비용 축소를 반복해야할 상황이란 점에서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데 대다수 보험사의 참여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 금융사 인사담당자는 “통상 취업박람회는 정말 일손이 급한 스타트업이나 중소형 기업들 위주로 실질적인 채용이 진행된다. 기업규모가 큰 금융사의 경우 양질의 인력 채용을 위해 굳이 박람회를 나설 이유가 없다”며 “채용 연계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박람회를 통해 얼마나 실질적인 채용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특정 금융업권의 경우 업황에 따라 채용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금융업이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경력직 채용만을 전제로 하는 금융사도 많다”며 “회사에 대해 알릴 기회를 얻는다는 측면으로 참여하는 금융사가 대다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취업 박람회는 은행관, 보험관, 증권관 등 금융권역별로 업권별 금융사가 배치될 예정이다. 채용설명회, 취업특강, 관련 자격증 취득 등 금융일자리 소개 관련 행사로 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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