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의 없는 대화 위해 목우촌 운영 ‘헌터스문’펍에서 맥주로 건배

혁신 이미지 강조하다 국내 유일 국산보리 수제맥주 홍보 놓쳐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조직의 리더가 외부에 의도된 이미지를 노출시키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기업이든 국가든 리더는 조직원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 때문에 리더가 참여하는 이벤트 및 리더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모두 시각화돼 언어로 전환된다. 

21세기 초, 아일랜드의 고도성장기를 이끌었던 브라이언 코웬 전 총리는 거리에서 만나는 유권자와 악수를 나누면서도 아일랜드의 국민주라고 할 수 있는 기네스 원샷을 꺼리지 않았다. 장관 및 총리 재임 시절, 그는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회의를 마치고 인근 펍을 찾아 자신에게 에너지원과 같았던 기네스를 마시곤 했다. 아일랜드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기네스를 통해 그는 그의 소박함과 국민 곁으로 다가가는 소통의 이미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이다. 

농촌의 작은 맥주 공장의 노동자 출신으로 반체제 운동을 이끌었던 체코의 전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도 체코의 대표맥주 필스너우르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오랜 탄압의 시기를 이겨내고 1989년 벨벳혁명을 이끌었던 하벨은 매들린 울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나 리바르네’라는 식당에서, 그리고 빌 클린턴 대통령과는 ‘우 즐라테호 티그라’라는 술집에서 필스너우르켈로 술잔을 나눴다. 술을 좋아해서 그랬다고도 할 수 있지만, 외국의 주요 인사들과 술을 나누는 그의 행동은 결국 ‘필스너우르켈’을 전세계 라거맥주의 표준으로 자리하게 만들었다. 

코웬 전 총리와 하벨 전 대통령처럼 NH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도 최근 맥주를 이용한 소통행보를 가진 바 있다. 지난 주 호프타임의 형식을 빌어 NH농협금융의 혁신리더들과 만남을 가진 것이다.

지난해 김 회장은 처음 선발된 혁신리더(1기)들과 회의실에서 간담회 형태로 의견을 주고받은 바 있다. 딱딱한 회의 공간에서의 간담회가 갖는 장점도 있지만 그 한계도 분명하기 때문에 김 회장은 2기 혁신리더들과의 만남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격의 없이 대화하자”고 주문해 다이닝펍 ‘헌터스문’에서 이뤄진 것이다.

NH농협금융의 혁신리더는 핀테크와 모바일이 주도하는 새로운 금융환경에서의 미래 이슈를 젊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젊은 직원을 선발해 각종 연구 과제를 함께 공유하면서 미래 전략과 통찰 등을 일궈내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이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지속성장을 위해 디지털금융의 경쟁력 확보하는 것은 물론 고객 자산가치 제고와 고객 니즈와 트렌드에 맞는 상품개발 등 고객중심 경영에 역량을 집중할 때”라며 “농협금융의 핵심인재들이 형식과 관행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도전적인 사고로 다양한 현장의 이슈들을 발굴하고 대안을 모색하자”고 격려의 말을 남겼다. 

호프타임이라는 형식을 통해 소탈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내용은 농협금융의 미래를 이끌 젊은 혁신 리더들을 격려하며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의 리더들은 소탈한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 자주 호프 타임을 자주 가진다. 김 회장의 소통행보도 같은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농협이기 때문에 갖는 아쉬움은 남는다. 대통령과 경제인들의 최근 만남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수제맥주로 건배하면서 여러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졌는데, 자꾸 그 대목과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헌터스문에서 젊은 혁신리더들과 마신 맥주는 보리의 주산지중 하나인 고창, 김제지역의 보리로 만든 수제맥주다. 수제맥주 업체들이 모두 외국산 보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농협목우촌에서 운영하는 헌터스문에선 국내에서 유일하게 우리 보리로 맥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코웬 전 총리가 기네스를, 그리고 하벨 전 대통령이 ‘필스너우르켈’을 마시면서 자국의 맥주 문화를 홍보해내는 것처럼, 김용환 회장도 우리 농산물로 만든 맥주로 혁신리더들과 맥주잔을 나눴다. 다만 그 사실은 어디에도 보도되지 않은 것이다. 

금융서비스의 플랫폼의 변화에만 혁신의 홍보 포인트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맥주의 핵심원료가 국산이라는 점도 농협의 관점에선 혁신의 홍보 대상이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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