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가 지속적인 증가하며 노인 의료비가 매년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노인 의료비 관리는 향후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이후 올해 9월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2060년에는 노인 인구 비중이 4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를 포함하는 전체 의료비 중 65세 이상 노인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기준 약 39%에 달하고 있다.

◆치료 필요없는 노인들 요양병원으로 몰려

우리나라의 노인 입원의료비 비중은 2016년 기준 47.6%로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하는 노인인구가 전체 입원 의료비의 절반을 사용하고 있다.  

노인인구 증가는 의료(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노인 돌봄(요양)서비스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으며사회·문화적 환경변화로 노인 돌봄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치매·뇌졸증 같은 노인성 질병의 후유증으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이 해마다 증가하고, 1인 가구 및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로 가족 구성원 내 부양인구 감소하며 가족 내에서 이뤄졌던 노인 부양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국내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현재 장기치료가 필요한 노인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병원뿐만 아니라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시설 모두 의료서비스 및 돌봄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 의료서비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요양병원은 설립목적과 달리 제도적으로 의료서비스 와 돌봄서비스 이용자가 혼재돼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노인 돌봄서비스는 요양시설이 담당해야 하지만 요양시설의 입소자격이 엄격해 상당수의 노인들이 요양병원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돌봄서비스는 노인 장기요양보험 시설 및 재가서비스로 제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양시설 입소자격인 장기요양등급인정자 비율은 65세 노인 인구의 약 7.5%에 불과한 상태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에 근거해 의료기관으로써 노인성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수술 또는 상해와 같 이 장기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의료서비스 제공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으며 건강보험 가입자 중 질병 또는 장애가 발생한 자 가 본인 또는 의사의 판단 하에 이용이 가능하다. 환자 40명당 1인의 의사와 환자 6명당 1인의 간호사가 상주해야 하며 진료·검사·투석·수술 등 다양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

요양시설의 경우 의료법이 아닌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및 노인복지법에 근거하며 노화 등에 따른 신체·정신적 기능 저하로 거동이 불편한 자에게 일상생활 지원과 같은 돌봄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요양시설 이용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으며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입자 중 장기요양 인 정등급자에 한정해 이용이 가능하다.

입소조건은 장기요양등급 1~2급으로 인정을 받으면 입소할 수 있으며 예외적으로 3~5등급자 중 가족구성원의 수발곤란, 주거 환경열악 등 특별한 사유발생 시 시설입소가 가능하다.

환자 25명당 1인의 간호사를 설립요건으로 하고 의사는 상주하지 않으며 2주 1회 이상 촉탁의가 방문한다. 촉탁의의 업무 범위는 행동문제, 낙상, 탈수, 실금, 영양상태, 통증진단이 포함되며 의사의 판단 하에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다.

◆입소 까다로운 요양시설…OECD 절반에 불과

우리나라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단위 기관당 병상 수는 요양병원이 요양시설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2016년 기준 요양병원당 병상 수는 약 81개인 반면 요양시설당 병상 수는 48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1000명 대비 요양병원 병상 수는 33.5개로 OECD 평균 대비 7.6배나 많은 반면 요양시설 병상 수는 23.7개로 OECD 평균의 절반수준이다.

요양병원의 기관 수 증가와 함께 진료비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내 모든 의료기관의 65세 이상 건강보험 노인 진료비는 2008년 7.5조원에서 2016년 19.2조원으로 2.6배 증가한 반면 요양병원 진료비는 같은 기간 9900억원에서 4조7000억원으로 4.7배나 증가했다.

요양병원 진료비 증가는 입원 진료비 증가가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모든 의료기관의 입원 진료비는 같은 기간 3.3조원에서 9조원으로 2.7배 증가했으며 내원 진료비는 2.4조원에서 5.6조원으로 2.3배 증가해 입원과 내원 진료비 상승률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반면 요양병원 입원 진료비는 2008년 9400억원에서 2016년 4조6000억원으로 4.9배나 증가했으며 내원진료비는 540억원에서 1100억원으로 2.1배 증가에 머물렀다.

요양병원 기관수와 진료비 증가의 원인은 치료가 필요 없는 돌봄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소 증가와 장기입원 증가 때문이다.

요양병원의 환자군 중 신체기능저하군은 요양병원 입원보다 요양시설 입소가 적합하지만 대부분요양시설 입소 요건인 요양등급 1~2등급 인정이 어려워 요양병원 입소를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치료가 필요 없는 요양병원 환자는 2014~2016년간 35%나 증가했고 신체기능저하군의 요양병원 입원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요양병원 신체기능저하군 입원환자는 4만3439명으로 전체 입원환자의 8.8%였지만 2016년에는 5만8505명으로 10.8%로 증가했다.

요양병원의 입원환자 증가는 요양병원 환자분류체계가 모호하고 요양병원 입원이 요양시설 입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은 등급에 상관없이 의사의 판단하에 입원이 가능하며 보건복지부의 요양병원 환자분류 기준도 의사 판단으로 분류돼 단순 신체기능 저하환자도 입원이 가능한 상황이다.

요양병원의 환자분류체계는 치료와 돌봄의 구분이 모호하고 특히 환자분류체계상 신체기능저하군 은 치료보다는 돌봄 필요자임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 환자체계에 포함돼 있다.

◆장기입원 유도하며 진료비도 가파르게 증가

요양병원 진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인 장기입원 증가는 요양병원에서 입원일수 기준의 수가제를 적용해 신체기능저하군 환자의 장기입원을 유도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요양병원 입원자의 35.6%가 180일 이상 입원하고 있으며 18%는 361일 이상 입원하고 있어 요양병원의 장기입원이 경향화되는 추세다.

요양병원은 입원환자가 많을수록 병원수입이 증가하고 장기입원 시 수가가 감산되지만 병원의 불 이익은 미미하고 환자 또한 본인부담금이 감소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본인부담금은 급여의 20%로 동일하지만 신체기능저하군 환자가 요양병원 입원 시 수가는 2만7127원인 반면, 장기요양 2등급의 경우 5만5060원으로 요양병원 수가에 비해 높기 때문에 요양병원 입원 시 본인부담금이 상대적으로 낮다. 당연히 환자들은 입소가 쉽고 부담금이 적은 요양시설보다는 요양병원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전원체계 미비 또한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요양시설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요양시설의 형식적인 촉탁의 제도는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엔 역부족이며 요양시설 입소자가 치료가 필요할 때 상시 병원 이송이나 응급조치가 안될 수 있다는 불안감 또한 요양병원을 선호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장기입원을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노인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노인을 위한 공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를 통해 병원은 환자 입원의 타당성 평가를 실시할 의무가 존재하고 공제금액 및 자기부담액 증액으로 장기입원을 통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병원은 의무적으로 환자 입원 후 48시간 내에 입원기준 적합성 판정의무 및 주기적으로 입원기준 적합여부에 대해 점검해야 하며 환자는 입원 시 기본적으로 공제금액 관련 해당 액수를 부담해야 한다.

2017년 기준 1316달러의 공제 금액을 부담하고 입원 후 61~90일까지는 1인당 329달러의 자기부담액이 부과되고 90일 초과 시에는 원칙적으로 전액을 환자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일본은 요양병상 수가체계 개선 및 장기입원에 따른 비용 증액 방식을 병행하고 장기입원을 통제하고 있다.

중증환자는 수가를 상향조정하고 경증환자는 수가를 하향조정해 중·경증환자 간 수가 차이를 높이고 있으며, 환자는 입원 시 수가의 10%를 자기부담액으로 부담하고 180일 이상 입원 시에는 비용 전액을 환자가 부담한다.

보험연구원 이정택 연구원은 “관련 규정 및 법률 미비로 돌봄과 치료서비스 필요도에 따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전원시스템 구축에 한계가 존재한다”며 “의료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돌봄서비스가 필요한 환자의 명확한 기준 마련과 함께 요양병원과 요양 시설의 상호 연계시스템을 구축해 노인들의 다양한 의료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법적·제도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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