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말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고령사회 대책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9.6%로 OECD 평균(12.6%)의 4배, 노인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55.5명으로 OECD 평균(18.8명)의 3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본지는 중장기적인 고령화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국가의 사회안정망 정책을 △중고령자 근로기반 확대 △노후소득보장 △노인 건강관리 및 돌봄 △노인의 사회참여 및 여가 대책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국가예산편성 및 재정 효율성 관점에서 분석 검토했다(자료: 국가예산정책처).

◆고령자 일자리 1개당 예산 55만원 투입

한국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고령자를 5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5년마다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장년 일자리 정책은 제2차 저출산 고령사회기본계획(2011~2015)부터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하는 중장년의 일자리 지원 제도를 본격 도입하고,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에서 중고령자 취업 및 창업지원 활성화, 60세 정년제의 성공적 안착 집중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중고령자 근로정책사업은 크게 ‘일자리 창출유형(시장형 사업단, 고령자친화기업)’과 ‘일자리 연계유형(인력파견형 사업단, 시니어인턴십, 고령자인재은행,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노인취업지원센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두 유형 모두 세제혜택을 부여해 민간일자리 확대를 촉진하는 일반 일자리 정책과 달리 중고령자취업을 위해 정부가 별도의 예산사업을 구성해 재정을 투입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자리 창출유형’은 중고령자를 고용하는 사업단 등의 설치 및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해 민간일자리를 직접 창출하는 방식이다.

‘일자리 연계유형’은 취업을 원하는 중고령자와 수요처 매칭 및 관련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중고령자를 인턴으로 채용하는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 고용을 유도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최근 3년간 중고령자 대상 일자리 사업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29만2천개 → 2015년 33만3천개 → 2016년 43만8천개로 총 실적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중고령자 일자리정책을 위해 투입한 정부 예산을 분석한 결과 전체 중고령자 일자리 사업실적 1개당 평균 예산액은 55만2000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구분하면 일자리 창출유형은 실적 1건당 평균 206만3000원, 일자리 연계유형은 평균 21만6000원이 소요됐다.

이중 일자리 1개당 가장 많은 예산액이 투입되는 사업은 일자리 창출유형 중 ‘고령자친화기업’(459만7천원), 가장 적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은 일자리 연계유형 중 ‘고령자인재은행’(1만8천원)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친화기업이 다른 사업에 비해 고용인원 1명당 평균 예산 변동폭이 가장 큰 이유는 지원금 규모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중고령자 일자리지원사업 중 많은 사업들이 참여자 1인당 정해진 지원금이 지급돼 사업실적과 지원금이 정비례하거나, 위탁운영기관의 예상실적을 감안해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사업규모가 변동해도 1건당 금액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반면 고령자친화기업은 설립기업에 지급되는 지원금의 일부가 고용인원에 따라 증감하고(1인당 1천만원 지급), 개소당 고용인원 역시 업종에 따른 최소고용인원 및 기업이 제출하는 사업계획 등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매년 예산한도 내에서 설립되는 기업의 개수 및 업종 등에 따라 실제 고용인원은 상대적으로 크게 변동할 수 있다.

◆취약층 대상 인재은행…비용대비 효율 가장 높아

국가예산정책처는 일자리 참여자 수 1인당 투입 예산액이 가장 적은 고령자인재은행의 경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나 노인취업지원센터에 비해 실적은 월등히 많은 반면 1인당 투입 예산액은 상당히 적은 점에 주목했다.

고령자인재은행의 지난해 실적수(23만9397건)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3.6배, 노인취업지원센터의 9.5배였지만, 고용인원 1인당 예산액(1만8천원)은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15분의 1, 노인취업지원센터의 18분의 1 수준이었다.

이 같은 수치는 고령자인재은행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주로 일용직 등 단기 시간제 일자리를 연계하는데 특화된 인재은행은 구직 및 구인 연계가 비교적 수월한 반면 전담인력 투입시간 및 운영비용이 늘어나는 심층상담, 개인별 서비스, 고도화된 교육 비중은 작아 1건당 예산이 가장 적게 소요된다.

고령자인재은행의 이용대상은 대부분 일반 고용센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다.

이용자를 유형별로 구분하면 일용직(96.59%), 고령자 (2.67%), 일반인(0.34%) 순이며 성별로는 여성(96.79%)의 비율이 매우 높고 학력별로는 중졸이하(62.1%), 고졸(34.3%), 전문대졸 이상(3.6%) 순으로 나타난다.

알선직종은 취약계층의 여건을 감안해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요건이 필요하지 않은 청소, 간병 등 단기 시간제 일자리가 주를 이룬다.

반면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상대적으로 기존의 경력을 활용하는 상용직 취업지원이 주를 이루며, 주된 이용대상은 구직을 희망하는 40세 이상의 일반 중장년층이다. 이들에게 취업알선 및 심층상담뿐만 아니라 생애설계서비스와 전직지원서비스 등 개인별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근무여건도 인재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고숙련 중심 일자리 개편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실적 1건당 예산액 관점으로 살펴보면 고령자인재은행은 동일한 재원투입 시 연계되는 일자리 수가 가장 많아 비용대비 산출 측면에서는 가장 효율적이다.

또한 이용자 및 서비스 내용이 일용직, 저학력, 여성층에 특화돼 있어 고령자인재은행의 사업확대는 해당 계층의 경제활동인구 편입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가의 예산증가율을 살펴보면 일자리 1건당 예산투입액이 가장 적은 고령자인재은행의 경우 타 사업에 비해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국가예산정책처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제한적인 예산사용 범위 내에서 취약계층의 취업률을 빨리 상승시켜 소득을 보전할 필요가 있다면 고령자인재은행 사업확대가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은 노동력 공급자(구직자)뿐만 아니라 노동력 수요자(구인업체)의 욕구에 부응해야 하는 다각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향후 10년간 간병인 고용, 경비원, 단순노무종사원, 청소원, 가사도우미 분야 고용률은 계속 증가하거나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고령자인재은행의 주된 알선직종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고령자인재은행을 통한 취업은 일용직 근무자가 다시 동일 유사직종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 해당 계층이 일용직의 특성인 저임금, 저숙련, 취약환경 노동에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국가예산정책처는 “고령자인재은행의 취업지원 기능이 단기 시간제 일자리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특성이 한계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해당 사업의 성과를 절하하거나 상용직, 고숙련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하는 것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직종별 구인현황을 볼 때 고령자인재은행의 주된 알선직종에 대한 노동시장의 수요는 상당히 큰 편이며 해당 사업은 이를 일정부분 충족시키고 있다. 그러나 취약계층의 기존 경력 및 연령 등 현실적인 일자리 진입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상용직, 고숙련 위주로 사업을 개편할 경우 취약계층이 노동시장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 실제 취약계층이 상용직 고숙련 직무에 진입하기 위해 소요될 교육훈련기간이나 익숙하지 않은 직무에 대한 당사자의 심리적 위축감을 감안할 때 취약계층이 경력단절기간 없이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는 직종에 대한 고용서비스 또한 유지될 피요가 있다.

◆예산수립 시 고용실적 外 다양한 지표 고려돼야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의 고령자 근로정책 예산 수립 시 사업 특성을 감안한 실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시행계획 상 고령자친화기업을 포함한 ‘중고령자 취업지원 활성화’ 과제의 성과지표는 ‘민간분야 일자리 창출수’로 포괄해 설정돼 있다. 그러나 고령자친화기업의 경우 일정 예산 내에서 창출될 수 있는 고용인원의 편차가 크고 사업설계 특성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

고령자친화기업 사업은 민간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양질의 고령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 설립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를 검토할 때 고용인원 외에 ‘매출액’, ‘1인당 평균급여 및 재직기간’, ‘지역사회 파급효과’, ‘기업 생존률’ 등 기업의 경쟁력과 일자리 질에 관련된 지표를 보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직접적인 고령자 일자리 창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성과관리 또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 정책에 의해 민간일자리 1건을 신규 창출(평균 206만 3000원)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연계(평균 21만6000원)보다 약 9.6배 많은 재정이 투입된다.

정부가 창출하는 민간일자리는 4대보험 등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으며 중고령자 특성이 반영된직무 구성으로 일정 수준의 일자리 질이 보장된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창출된 일자리가 지원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자생력을 가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지속성이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민간일자리 확충 기조에 따라 향후에도 일자리 창출유형 사업을 일정 기간 확대할 경우 1건당 투입돼야 하는 예산이 타 유형에 비해 상당히 많다는 점을 유념해 사업의 산출효과가 높게 나타날 수 있도록 집중적인 성과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예산정책처는 “일부 민간 유료직업소개소의 경우 선불금 수수, 소개요금 과다징수, 불법사업장 유입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취약계층의 경우 이러한 피해에 노출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취약계층의 주된 취업직종은 낮은 사회보험 가입률 등 근무여건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 만큼 정부는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4대보험 등 사회안전망 적용을 강화하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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