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회장 “이스라엘 후츠파 정신으로 과감하게 도전하자”

구글·아마존·알리바바 등 글로벌 ICT기업과 경쟁위해 필요

<대한금융신문=김승포 편집위원> “기회는 ‘아직’과 ‘이미 지난 것’ 사이의 최소한의 순간인 동시에 최적의 순간으로서, 행동하는 인간이 성공을 위해 의거하는 것이다.”

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프랑스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원고를 책으로 펴낸 철학자 프랑수아 줄리앙의 <전략>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아직’과 ‘이미 지난 것’ 사이의 한 순간. 조금 전에 지나간 과거와 곧 다가올 미래 사이. 그것이 ‘지금’일수도, 조금 ‘뒤’일수도 있다. 즉 특별하고, 특정한 시간이 아니라 흐르고 있는 현재의 시간, 어딘가에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는 매번 우리 앞에 있는 기회를 잡고자 노력한다. 서양의 시각에서 말하는 ‘카이로스’. 그것을 잡아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희망하고 갈구하는 성공에 대해 다음처럼 말한다. 군주의 행동의 성공은 ‘비르투(virtu)와 포르투나(fortuna)’ 사이에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의 책 <군주론> 말미(제25장)에는 “세상일이란 운명과 신이 지배하는 것으로서 아무리 인간이 용의주도하게 살아도 이 세상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으며, 또 어떠한 대책도 소용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쓰고 있다. 이처럼 운에 대한 당대 사람들의 믿음을 거론하며 ‘운’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지만, 마키아벨리가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는 인간의 의지인 ‘비르투’다. 그리고 그 비르투는 용의주도보다는 과단성을 좋아한다며, 성공적인 리더십을 펼치기 위해서는 결단력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스적 사고에서의 비르투는 흔히 미덕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서의 비르투는 자신의 운을 걸고 바로 앞에 다가와 있는 위협에 무릅쓰는 능력을 말한다. 그래서 비르투로 무장하고 포르투나에 맞서는 사람이 영웅의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처럼 말이다. 

KB국민은행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이스라엘의 ‘후츠파’를 강조하고 나섰다. 히브리어로 후츠파는 무례함과 뻔뻔함을 의미하면서도, 용기와 도전정신을 함께 뜻으로 가지고 있다. 실생활에서 이 단어는 리더 앞에서 자기 생각을 과감하게 표현할 줄 아는 용기라고 사용된다. 

윤 회장이 후츠파도 같은 맥락에서 인용하고 있다. “후츠파는 지위에 상관없이 당돌하게 질문하고, 실패에서 배우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라고 말한 것이다. 이유는 은행의 경쟁자가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ICT기업들이 될 것이기에, “새로운 기회를 찾아 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동시에 기존 시장과 고객을 수성”하기 위해서는 후츠파의 정신으로 헤쳐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학습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KB국민은행이 될 수 있다는 함의도 같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를 탈환했다. ‘운’에 운명을 내맞기지 않고 끊임없이 긴장하며, 카이로스를 잡아낸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두 은행 간의 리딩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윤 회장의 말처럼 앞으로 은행을 위협할 존재는 완전히 다른 DNA로 무장한 ICT기업들이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기업과의 경쟁을 펼치기 위해선, 눈앞에서 흐르고 있는 시간 모두가 기회라고 생각하고 비르투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윤 회장이 기념사를 통해 내부 조직에게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마키아벨리의 말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운명은 냉정하게 사는 사람보다 폭력적인(과감한) 사람에게 더 유순한 것 같으니, 더 거칠고 과감하게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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