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남녀와 꽃중년까지 몰리는 ‘1913송정시장’ 새로운 명소 부상

풍미 가득한 국산몰트 사용해 독일식 맥주로 승부건 이한샘 대표

▲ 지난해 ‘1913송정시장’에 문을 연 밀밭양조장 전경. 새마을금고 자리에 들어선 이 양조장은 국산 보리로 만든 몰트로 맥주를 만들어, 로컬푸드로서의 수제맥주 문화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연남동과 이태원, 그리고 성수동 등 시쳇말로 요즘 젊은이들에게 ‘핫’한 동네에는 수제맥주 전문점들이 여럿 눈에 들어온다. 올 들어 이 추세는 더욱 강화돼 우후죽순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젊은이들의 코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몰트의 풍성한 질감과 감미, 그리고 쌉싸름한 홉의 아로마가 어우러져 있는 크레프트 맥주에 젊은이들이 원하는 개성 강한 술맛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주 ‘1913송정시장’에 있는 ‘밀밭양조장’은 사정이 다르다. 지난 2015년 현대카드와 광주시, 그리고 중소기업청(현 중소기업벤처부) 등이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리모델링해 지난해 오픈한 이 시장이 전국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술을 즐길 수 있는 나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밀밭양조장을 찾고 있어, 수제맥주가 더 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머리 희끗한 중년의 아저씨와 아주머니들도 선뜻 발길을 내딛어 젊은이들 틈에서 수제맥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곳. 그곳이 ‘1913송정시장’에 있는 ‘밀밭양조장’의 풍속도였다. 기자가 방문한 늦가을 일요일 오후, 밀밭양조장은 그런 모습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나이대의 주당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찾고 있는 까닭은 KTX 광주 송정역 인근이어서 관광객의 유입이 쉬운 장소인 탓도 있겠지만, 밀밭양조장에서 내는 맥주들이 모두 국내산 보리를 사용한다는 점도 작용했을 듯싶다. 

자신들의 레시피로 고창에 있는 파머스브루어리에서 위탁양조를 하고 있는 밀밭양조장의 맥주들은 필스너와 바이젠, 그리고 둔켈 등 독일식 맥주들이다. 이와 함께 홉의 풍미를 강화한 스트롱에일과 잔잔한 과일향과 함께 목넘김이 부드러운 골든에일 5종의 맥주를 내고 있다. 이 맥주를 만드는 원료가 바로 고창에서 농사지은 보리라는 점. 거의 대부분의 브루어리와 브루펍들이 외국산 몰트에 집중해 자신만의 개성을 강조한 맥주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밀밭양조장의 행보가 오히려 독특해 보일 정도다. 

“국산 몰트와 수입산 몰트의 맛의 차이는 크게 맥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제조공정에서 가공하는 스타일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으며, 현재 국산 맥아의 종류가 수입산에 비해 적어서 특색 있는 맛의 맥주가 적게 생산될 뿐 수제맥주를 만드는 데 문제는 없다.”

서울의 한 펍에서 수제맥주에 빠져 그날로 브루어리를 찾아나서 수제맥주 세계로 들어간 밀밭양조장의 이한샘 대표의 국산몰트 찬가다. 특히 이 대표는 “그 지역의 신선한 원료를 사용함으로써 수제맥주의 상징적 의미를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예전 새마을금고 자리에 들어선 밀밭양조장의 컨셉은 미국의 금주법 시절의 밀주를 마시던 펍이라고 한다. 밀실에서 밀주를 즐기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자아내고 싶었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 미국의 밀주법 시대, 노동자들이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펍을 찾던 것처럼 밀밭양조장은 날것 그대로의 이미지를 스토리텔링으로 만들고 있다. 사진은 이 생각에 동의해서 같이 일을 하고 있는 밀밭양조장 사람들, 가운데 모자를 쓴 사람이 이한샘 대표

하지만 밀밭양조장은 어두운 밀실 분위기라기보다 다양한 나이대의 고객들로 채워지면서 오픈된 남도의 툇마루가 돼 가고 있다.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맥주, 라거계열의 맥주에서 느낄 수 있는 맥아의 풍미와 홉향이 잘 어우러진 맥주”를 지향한다는 이 대표의 설명에서 국산 몰트를 사용하는 이 양조장의 전략을 읽어낼 수 있었다.

광주 출장길에 KTX를 기다리는 회사원들이 한두잔의 맥주를 즐기고, 깔깔 웃음 속에 자신들의 여고시절을 추억하는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자식 같은 나이의 청춘남녀들과 같은 공간에서 맥주를 마시는 밀밭양조장에서 국산 몰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읽어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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