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약품 등 일체 첨가물 넣지 않고 자연 침전 방식으로 술 걸러

농가형 와이너리지만 5종 와인과 오크 숙성한 브랜디까지 판매

▲ 지난 2010년부터 주류제조면허를 내고 농가형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충북 영동의 컨츄리와인. 사진은 김덕현 3대째 사장이 지하의 와인저장고에서 와인을 설명하는 모습.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화학약품과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와인을 빚는다는 것은, 술의 제조공정을 아는 사람에겐 무척 고단한 과정을 의미한다. 와인의 산화 및 산패를 막기 위해 아황산과 소르빈산 등을 사용하고, 여과기를 이용해 술의 맑은 부분을 걸러내는 일은 대부분의 술도가가 취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북 영동에 자리한 컨츄리와인(대표 김덕현, 34)은 소르빈산과 아황산을 사용하지 않는다. 먹는 음식에 화학약품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김 대표의 할아버지, 김문환씨의 양조철학을 따르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로 징용을 끌려가 포로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하는 과정에서 만난 스페인 포로로부터 포도와 와인을 배우게 됐다는 김문환씨. 그 스페인 포로는 인체에 해가 가지 않는 와인을 빚기 위해선 어떠한 첨가물도 넣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와인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김문환씨는 1965년 영동군에서 3번째로 포도원을 열고 가양주 형태로 포도주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2대째 사장인 김마중(63)씨가 2010년 개인농가로서는 처음으로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하고 본격 양조에 돌입한다. 가양주로 와인을 만들던 시절부터 할아버지의 양조원칙은 철저히 지켜졌다고 한다. 그 덕에 화학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와인이라는 ‘건강한’ 이미지를 가지게 됐고, 2016년 우리술품평회에서 과실주 부분 장려상을 수상하면서 맛까지 인정받게 된다. 이렇게 ‘건강성’을 강조하는 컨츄리와인의 또 다른 특징은 ‘수제’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만드는 와인. 그래서 더 믿고 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스토리텔링을 완성시켜가고 있다. 손이 많이 가지만 믿을 수 있는 좋은 술을 내기 위해 고단함을 감수한다는 것이 이 와이너리의 철학인 것이다. 

김덕현 대표는 매해 겨울 동안 4~5차례 정도 통갈이를 한다. 발효가 끝난 와인에 남아 있는 찌꺼기를 여과기로 거르는 것이 아니라 래킹을 통해 침전물을 분리하는 형태로 맑은 술을 얻는 것이다. 이렇게 만드는 와인이 연간 2만병 정도. 그런데 이 술을 한꺼번에 병에 담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2000병 정도를 병입해 지하의 와인저장고에 넣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65도의 뜨거운 물에 와인병을 25분가량 중탕시켜 살균처리를 한다. 소르빈산과 아황산 등을 사용하지 않은 만큼 산패를 막기 위해 열 살균 처리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 

▲ 컨츄리와인은 캠벨포도와 산머루를 이용해 각각 드라이와 스위트 버전을 생산하고 있으며, 소량(한해 50병)이지만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

이와 함께 강수량에 따라 빈티지의 술맛이 변하는 것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컨츄리와인은 스페인의 셰리와인에서 빈티지를 관리하는 ‘솔레라’ 시스템을 차용해, 두 해의 와인을 블렌디드한다. 그래야 균질적인 술맛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김덕현 대표는 말한다. 

현재 컨츄리와인에서 내는 와인은 캠벨을 이용한 와인 두 종류(스위트, 드라이)와 산머루를 이용한 와인 등 총 4종의 와인이다. 여기에 해마다 스페셜 에디션으로 독특한 와인을 한 종류 추가해 5종의 와인을 내고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은 아니다. 포도원 한편엔 캠벨 이외에 카베르네 쇼비뇽, 리슬링, 메를로, 샤르도네 등 익숙한 이름의 포도 7종류가 시범 재배되고 있다. 아직은 실험이지만, 언젠가는 캠벨을 벗어나 와인 전용 포도로 승부수를 걸고 싶다는 것이 김덕현 대표의 포부다. 이밖에도 래킹과정에서 마지막 단계에 남는 와인으로 상압 증류해 8개월 가량 오크에서 숙성한 브랜디까지 내고 있다. 농가형 와이너리지만 와인의 종류는 물론 깔끔한 맛의 브랜디까지 내는 컨츄리와인. 술의 다양성은 술도가를 찾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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