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6 23:30 (월)
비트코인 광풍이 4차 산업혁명의 통과의례는 아니다
비트코인 광풍이 4차 산업혁명의 통과의례는 아니다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7.12.1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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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열 가상화폐 시장, 금융당국도 일부 규제책 내고 적극 대응

욕망의 설자리 확보 위해선 ‘튤립 광풍’ 같은 비정상 바로 잡아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선 양파 대신 튤립 구근을 요리사에게 건넨 ‘7’카드에게 다른 카드가 겁박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트 왕비가 튤립 뿌리를 요리에 사용하게 했다는 이유로 ‘목을 베여도 싼놈’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고작 구근 하나 때문에 목숨이 오가는 장면이다. 물론 이는 18세기 튤립 광풍을 빗댄 풍자적 표현이다. 튤립 광풍이 불던 시절, 양파를 대신해 튤립 뿌리를 요리에 넣었다면 웬만한 집 한 채를 요리에 넣은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였으니 이런 비유가 가능했을 것이다.

300년이 지난 2017년, 눈에 보이지 않는 화폐인 비트코인이 한겨울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광풍이라 불릴 만하다. 시장동향은 물론 정부의 입장까지 가상화폐에 대한 기사는 연일 지면을 채우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이상 열풍에 대한 외국 언론들의 관심도 함께 뜨겁기만 하다. 

“금융지식을 갖지 않은 평범한 아시아인들이 비트코인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비트코인 광풍은 분명 아시아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이 휩쓴 한국’이라는 제목의 심층 보도를 내보낸 미국 CNN 방송의 시각처럼 한국에서의 가상화폐 열풍은 이례적이라 할 만큼 거세기만 하다.  

시장에선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안달이 나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신기록 릴레이를 벌이고 있고, 전통 금융회사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가미한 핀테크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니 감독당국이 시장 과열을 우려해 관련 대책을 내놓는 것은 자연스럽기만 하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안의 핵심은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보유 및 매입 등을 금지하고, 미성년자와 이국인 등의 거래 금지이다. 또한 이용자 본인 명의의 계좌에서만 입출금이 이뤄지도록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더 오르는 추세다. 가상화폐 거래 전면금지나 거래소 폐쇄 등의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트코인을 10여 년 전의 ‘바다이야기’처럼 보지 않은 까닭이다. 오히려 시장에서 말하는 기술적 측면에서의 비트코인의 미래를 정책적으로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높기만 하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트코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의 눈에는 청소년까지 나서 투기를 하듯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모습이 비정상으로 보였던 것이다. 

정 부회장은 투기열풍 없이도 블록체인과 화폐암호화 기술을 차분하게 발전시키는 나라가 많다고 말하면서, 네덜란드가 농업강국이지만 농업혁명을 위해서 굳이 튤립 투기열풍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라고 꼬집고 있다. 즉 핀테크와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이용한 4차 산업혁명을 진행시키고 있지만 이 혁명의 완수를 위해 비트코인 광풍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비트코인을 화폐로 바라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환가치를 가지고 있는 쌀과 석유가 화폐로 불리지 않듯이, 비트코인도 교환수단 정도까지는 몰라도 그 이상의 화폐 기능을 부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지적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교환가치와 일부 지불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있고 기술 발전을 통해 점차 화폐적 특성을 확충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금융정책의 근간인 현물 화폐처럼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할 수 없는 점 등은 비트코인류의 가상화폐가 극복해야할 과제일 것이다. 즉 시간과 새로운 기술, 그리고 개념의 확장이 더욱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창의와 혁신을 위해, 욕망에게 일정한 출구를 줘야 한다는 점은 시장 조성기에 필요한 조치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지적처럼 비트코인 광풍이 산업혁명을 위해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통과의례쯤으로 보는 시각은 피해야 한다. 그래야 욕망이 설자리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정부의 규제에 대해, 욕망을 제거하면 기술과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만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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