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빈 수협은행장, 신입행원 특강서 신입 시절의 경험 소중하다 강조

4차 산업혁명 시기 주도할 수 있는 금융·IT·인문 르네상스형 인간 주문 

<대한금융신문 김승호 편집위원> TV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보면 맹수들은 매번 사냥에서 성공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실상은 다섯 번에 네 번은 실패한다고 한다.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들도 먹이사슬의 정점에서 백수의 제왕이라고 불리지만 사냥 성공률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가장 빠른 동물로 알려진 치타가 30% 정도의 성공률을 보이지만 그마저도 다른 맹수들에게 빼앗기는 경우가 있어 사자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동물들의 사냥솜씨가 시원찮아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매번 최선을 다하지만 70~80%는 사냥감을 놓치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제작자들은 주제에 맞춰 사냥에 성공한 장면만을 편집해서 보여줄 뿐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일어나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일어난다”(63장)고 적고 있다. 그래서 “작음을 보는 것이 밝음이다”(52장)라고 말한다.

오다 노부나가의 짚신을 관리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례를 보자. 신발을 들고 다녀야하는 하찮은 일이지만 그는 싫은 내색 없이 성심성의껏 그 일을 했고, 작은 부대의 병사들을 맡겼을 때는 장수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고, 결국 파격적으로 발탁돼 여타 장수들과 어깨를 겨루게 된다. 그가 하찮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그에게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은 사소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경우가 많다. 하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에 관심을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레 중요하게 보이지 않는 일은 하찮은 일로 치부하게 되고, 그러다 맥을 놓치는 실수를 벌이는 것이다. 

시인 조병화 선생은 “단 한 사람의 독자가 없어도 시를 쓴다”는 젊은 시인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나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읽는 시를 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시인으로써 최고의 덕목은 시작에 충실한 것임을 공언한 것이다. 맹수들의 사냥법처럼 글감 앞에서 최선을 다할 때 좋은 시가 나오고, 그 글이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시인은 믿었던 것이다.  

“신입사원 시절 경험하게 되는 작고 하찮은 일들이 훗날 큰 성과를 달성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지난주 신입행원을 대상으로 특강에서 이동빈 수협은행장이 꺼낸 화두다. 빗물이 모여서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돼 결국에는 바다에 이르는 섭리를 들어 ‘작고 하찮은 일이 없다’는 소박한 진실을 젊은 시절부터 가슴 속에 각인시켜달라는 주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기다. 은행업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 다만 금융서비스를 전달하는 미디어와 방식이 급변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행장은 금융뿐만 아니라 IT기술과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인문학적 상식과 전문지식을 익혀줄 것을 당부한다. 한마디로 르네상스 인간이 돼주길 바라는 것이다. 인문학은 물론 과학기술까지 겸비하는 새로운 인간형이 제4차 산업혁명 시기의 전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형은 사소한 것부터 꼼꼼하게 챙길 수 있는 사람들이 이뤄내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자하의 입을 빌어 다음처럼 말한다. “배우기를 널리 하고 뜻을 돈독히 하며, 절실한 것을 묻고 가까운 것부터 생각하면, 인(仁)은 그 가운데 있다.” 공자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노자의 말과 같다. 가까운 것은 가장 평범한 것이다. 그 속에 아름다움이 들어 있다는 것. 즉 작음을 보는 것이 밝음을 보는 것. 저물어가는 2017년 수협의 신입 행원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담아둬야 할 이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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