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통해 한마음 한뜻으로 내실과 신뢰받는 은행 만들자 주문

새해 첫 일정 고종황제 묘소 참배, 잘 짜인 세련된 행보로 비쳐져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여러 사람이 한 마음으로 일치단결하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중국 주나라의 좌구명이 지었다는 춘추시대의 역사책 <국어>에 나오는 “중심성성(衆心成城)”이 담고 있는 뜻이다. 그리고 다시 2018년의 신년사에선 “일심전진 석권지세(一心前進 席卷之勢)”를 내세웠다. “전 직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한다면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다”는 강조하기 위해 한자성구를 내세운 것이다.

갈 길 바쁜 우리은행의 새로운 수장은 하나 된 마음을 원하고 있다. 전임 행장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조직의 내부 동력이 잘 모아져야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몽골을 대제국으로 건설했던 징기스칸. 그가 자주 쓰던 말 중에 손 행장의 말과 유사한 것이 있다. “한 사람의 꿈은 꿈이지만, 만인(滿人)의 꿈은 현실이다” 넓은 초원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부족 중에 존재감도 없었던 징기스칸의 부족. 징기스칸은 자신의 큰 뜻을 이루기 위해 같은 비전을 공유시킨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부족의 마음을 사낸다. 

손 행장도 마찬가지다. 민영화의 완수와 금융그룹으로 전환 등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들이 발등의 불처럼 놓여 있다. 그런데 합병은행의 고질적인 문제는 출신은행별 파벌간의 불필요한 갈등이라는 것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취임사의 일성으로 꺼내든 사자성어 “중심성성”의 의미가 그래서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심성성의 고사는 이렇다. 주나라 경왕이 자신의 위업을 드러내기 위해 큰 종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선목공과 관리 주구는 큰 종을 만드는 것이 백성들을 괴롭히는 일이며, 재물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키운다. 그럼에도 경왕은 자신의 계획을 추진한다. 이듬해에 큰 종이 완성되자 주변의 신하들이 아부를 떨며 종소리를 극찬한다. 그러자 경왕은 주구를 불러 모두가 종소리가 좋다고 빈정거리듯 말을 건낸다. 이에 주구는 “백성들이 종을 만들고 싶어해야 종소리가 듣기 좋은 것이지 그들의 원성이 자자한데 어떻게 종소리가 듣기 좋겠습니까”라고 직언을 올린다. 그러면서 꺼낸 말이 “중심성성 중구삭금(衆心成城 衆口?金)”이다. 민중의 마음이 합쳐지면 그 힘은 성벽과도 같고, 민중의 입은 무쇠도 녹일 수 있다는 뜻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손 행장의 마음에는 모든 은행장의 소망인 리딩뱅크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1등 은행, 그리고 이를 넘어선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 이를 위해 그는 내실과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높은 성벽을 쌓을 조직의 하나 된 마음을 사기 위해 그가 한 첫 일은 탕평인사였다. 오히려 한일 출신들이 푸대접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세심하게 조율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새해 첫 일정은 뿌리를 찾는 고종황제 묘소(홍유릉) 참배였다. 

고종황제는 우리은행의 한 축인 대한천일은행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황실의 종자돈이 합쳐져 만들어진 은행이라는 역사성. 그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마음 속 심지인 ‘리딩을 향한 강한 의지’를 일정으로 메시지화한 것이다. 마치 잘 짜인 정치인의 세련된 행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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