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령가구의 자산 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지만 주택연금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가입율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금융연구원은 주택상속과 주택연금가입 의향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한국사회에 지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속동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주택연금시장의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 韓 ‘암묵적 계약’ 통해 조건 없이 자녀에게 상속

주택의 상속동기는 크게 이기적 동기, 이타적 동기, 계승적 동기 세가지로 나뉜다.

‘이기적 동기’는 자녀와 부모간 암묵적인 계약형태로 부모 부양을 조건으로 하는 상속계약이기 때문에 일정수준 자녀의 경제력이 요구된다.

‘이타적 동기’는 부모 부양 여부와는 무관하게 상속의향이 높게 나타나며 자녀가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상속의향이 강해진다.

‘계승적 동기’는 농경사회를 근간으로 한 장자 상속이 대표적인 예로 자녀의 경제력 및 부양 여부와 무관하게 상속이 일어나는 형태를 말한다.

주택금융연구원의 분석결과 한국사회에서는 자녀의 경제력이나 부양여부와는 관계없이 전통적으로 계승적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농경사회 이후 이어져온 가업 승계의 전통에 의해 계승적 동기의 상속이 주로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주택 상속의향이 높고 60대보다 70대 이상에서 상속의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자녀 수와 독립자녀의 동거여부는 상속 의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자녀의 경제력은 상속의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또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주택의 상속 의향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배우자가 어릴수록 배우자의 생계를 우려해 자녀에게 주택을 상속하려는 의향이 낮아졌다.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 광역시, 지방 순으로 상속의향이 높아져 계승적 동기에 따른 상속 행태가 지방에서 더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소득부족 걱정될수록 주택연금가입 원해

주택금융연구원의 조사 결과 주택연금상품에 대한 인지여부 및 이해 정도는 주택연금 가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소득 부족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가구일수록 주택연금 가입의향이 높아졌다.

주택연금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 중 주택연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주택연금에 가입할 의향이 많아졌으며, 예상되는 지출에 비해 소득이 많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 또한 주택연금에 가입할 확률이 커졌다.

또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의 가격이 비쌀수록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는 의향이 높아졌는데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노후 소득부족을 보충할 수단으로 주택연금을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득부족 예상이 주택연금 가입의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택연금시장 구조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소득이 부족할수록 주택연금 가입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주택연금이 은퇴가구의 소비자금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가족 부양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주택연금의 노후소득 역할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금융연구원 방송희 연구원은 “현재의 주택가격은 연금가입률과 정비례한 영향을 미치지만 예상과 달리 '미래의 주택가격 하락 예상'은 주택연금 가입의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한국의 주택연금상품 구조상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이익은 향유하면서 미래의 주택가격 등락과 관계없이 가입자에게 유리한 비소구적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주택연금, 노후 공적부양 역할 커질 것

우리나라에서 주택 상속의향이 있는 가구 비중은 전반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녀에게 주택을 상속하려는 의향이 감소하는 현상은 부모의 부양을 책임져왔던 암묵적 계약이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로 향후 은퇴 노령가구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방 연구원은 “주택연금의 연금급여는 자산은 있지만 소득이 부족한 은퇴가구에 소득효과를 발생시켜 주택을 유동화해 생활할 수 있게 해준다”며 “과거에 암묵적으로 지켜온 노인세대의 부양의무는 점차 공적부양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택연금은 경제적 의미에서 공적부양의 기능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연금 수요 확대가 전망됨에 따라 주택연금제도에 대한 중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주택연금상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주택연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의 대출재원 및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손실충당금을 비축하고 주택연금 보증기관의 적정 보증배수를 위한 자본금을 확충해놓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처분대상 주택의 채권을 효과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임대주택 전환 등 처분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 미래 의료비 지출과 요양서비스 이용 가능성 또한 자산 유동화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자의 니즈를 고려한 의료비, 요양서비스 연계형 상품 개발 등 현금흐름 구조를 다양화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주택금융연구원은 “노령화와 가구구조 변화, 노령가구의 상속에 대한 태도 변화 등에 따라 주택연금의 역할과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앞으로 가족 간 부양 시스템이 붕괴될 경우 노령 은퇴가구들의 생계 유지와 미래의 건강 불확실성을 보완하기 위해 금융기관 및 보증기관의 재원확충, 채권의 효과적 회수방안 마련 및 건강 불확실성 보완을 위한 요양보험 연계 등 다양한 맞춤형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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