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은행장, KBO 공식 타이틀 사용권 확보 위해 3년간 240억 후원 계약

유사한 마케팅 환경 극복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 보며 과감한 투자 결정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나라 전체가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들썩인다. 성화 봉송과 남북 단일팀 구성 등 동계올림픽 관련 기사가 국민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스포츠 비수기임에도 추운 겨울 날씨가 무색할 지경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동계올림픽을 포함한 스포츠 이벤트가 주요한 관심사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이 금융권 스포츠마케팅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국내 프로야구 KBO의 공식 타이틀 스폰서가 된 것이다. 3년간 240억원을 후원하고 공식타이틀 사용 권리와 10개 구단을 활용한 프로모션, 리그 생중계 광고 노출권 등을 획득한 이번 계약은 스포츠를 이용한 금융권 마케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은행 및 금융회사들은 직접 실내 스포츠팀을 운영하면서 자사의 브랜드를 높이는 정도의 스포츠 마케팅을 해왔다. 그리고 카드사와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은 자사 주최의 골프대회를 지속적으로 열어 골프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브랜드로 연결시켜왔다. 

이처럼 소극적인 스포츠 마케팅 분위기가 리그 전체의 스폰서십으로 바뀌게 된 것은 지난해 KEB하나은행이 4년간 140억원을 국내 프로축구 리그(K리그)에 후원하면서부터다. 국가대표 A매치 경기 후원 등을 통해 축구와 인연을 이어왔던 KEB하나은행이 오는 2020년까지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고 보다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한 반격처럼 신한은행은 지난주 국내 최대 스포츠인 프로야구에 올인한 것이다. 

사실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는 언론 노출 등 눈으로는 확인할 수 있지만 금융전문가들이 선호하는 장부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은행들은 국내 스포츠의 양대 산맥이랄 수 있는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에 승부를 건 것일까.

바클레이 카드의 스폰서십 담당 디렉터였던 닉 걸트의 이야기가 그 해답일 수 있다. “오늘날의 금융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브랜드 자체가 활기차고, 생기 넘치며, 열정적일 필요가 존재한다.”

국내 금융권은 모두가 비슷한 내용의 마케팅을 펼치면서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부 IT기반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차별화된 서비스와 마케팅을 염두에 두고 시장에 참여했지만 산업의 특성상 모방이 너무 쉬워 독점적인 상품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사한 능력의 금융회사들이 비슷한 상품과 마케팅을 펼칠 땐 누가 더 역동적인 이미지와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는가가 승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즉 누가 금융소비자에게 ‘볼매’로 다가오느냐가 더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증권가 사람들은 스포츠 마케팅과 관련, 경기가 회복되거나 은행의 이익 추세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때 수반되는 현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단순히 이익이 호전됐다고 거액의 스폰서십을 결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백억원의 후원 규모는 눈에 잡히지 않는 장부상의 영업이익으로 어떻게 연결할지와 관련, CEO는 해당 투자의 리스트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의 고민 지점은 리딩뱅크 탈환과 그 이상의 은행의 원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신한 브랜드와 프로야구의 역동성이 결합된 신한은행의 이미지가 어떻게 차이 날 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미국 프로야구를 후원해온 뱅크오브아메리카와 1986년부터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후원한 존핵콕 보험사의 사례는 분명, 스포츠 마케팅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다. 위성호 행장의 승부수가 국내 리딩뱅크 경쟁에 어떤 역할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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