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노사가 모두 참여하는 투자위원회 구축
투자 의사결정체계 도입해 합리적 적립금 운용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노사가 참여하는 투자위원회를 기업에 설치하고 목표수익률 및 투자리스크 허용도 등을 제시한 투자정책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적립금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체계가 미흡하고 여전히 기업 내 퇴직연금 담당자의 개인판단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DB형 퇴직연금 가입기업 대상 설문결과 투자의사결정 권한은 대부분 회사의 인사·재무 담당직원에게 있고 투자위원회 등 의사결정체계를 통해 운용하는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또한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95%가 원리금보장상품이며 원리금 보장상품의 77.2%는 1년 이하 단기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연구원은 “우리나라도 근퇴법 개정을 통해 투자위원회 설치 및 투자정책서 작성의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감독당국 또한 OECD 기준에 부합한 표준 투자정책서를 사전에 마련하고 적립금 운용과 관련된 수탁자 책임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합리적인 운용을 위해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한 ‘투자(적립금 운용) 의사결정체계’를 도입해 적립금을 합리적으로 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노·사 및 운용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투자위원회(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사내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근로자 퇴직소득보장법, 일본은 기업연금법, 영국은 연금법에서 투자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투자위원회는 수탁자와 밀접한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위원으로 구성되고 위원회에서는 투자전략, 제도자산 운용과 관련된 전반 업무에 대해 의사결정을 한다.

투자 의사결정체계는 이렇게 회사의 적립금 운용담당자 개인의 의사결정보다는 노·사가 합의한 정형화된 자산운용지침에 따라 투자가 결정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사용자에게는 적립금 운용목적과 목표수익률 설정, 투자리스크 허용도, 운용성과평가 등이 제시된 ‘투자정책서(IPS: Investment Policy Statement)’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자산운용지침에 해당하는 투자정책서는 일반적으로 총칙(운용원칙 등), 투자정책(목표수익률, 위험허용한도, 전략적 자산배분), 리스크관리정책, 성과평가 및 보상 등으로 구성돼 있다. OECD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기준에 맞춰 작성되며 투자정책서 작성 의무화의 경우 기업 비용부담 등을 고려해 상시 근로자 수가 일정 이상인 사업장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퇴직연금 수탁자에게 자산운용 관련 수탁자 책임범위를 엄격히 부여해 퇴직연금 적립금이 장기상품 중심으로 운용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투자의사결정과 관련된 수탁자의 책임을 명문화해 퇴직연금 담당자의 단독적인 의사결정을 방지하고 적립금 운용 관련자에게는 수탁자로서의 충실의무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등이 부과된다.

미국의 경우 자산운용과 관련해 수탁자 책임범위를 보다 명확히 해 중장기 상품중심으로 적립금이 운용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운용자산에 대해 장기에 걸쳐 유지해야 하는 자산의 구성비율 (장기운용상품 비율)을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류건식 선임연구원은 “국내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이 보다 합리적인 절차에 의해 운용되도록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의 적립금 운용 의사결정체계 확립이 요구된다”며 “이를 위해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투자위원회 설치 및 투자정책서 작성을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OECD 기준에 부합한 표준 투자정책서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한편 기업현실을 고려해 대기업부터 투자정책서 작성 의무화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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