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10년 넘었지만 도입기업 27%에 불과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체계는 기초연금(0단계), 국민연금(1단계), 퇴직연금(2단계), 개인연금(3단계)로 구성돼 있지만 연금 수령액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65세 이상 고령자 중 공적연금 수령비율은 44.6%에 불과하며 55~79세 고령자의 월평균 연금수령액도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포함해 52만원 정도다.

퇴직연금은 이러한 공적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을 보완하고 퇴직금의 기업 사내 보유로 인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2005년 도입됐다.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10년만에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 수는 2016년 기준 34만개소로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8.7% 증가한 581만명,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전년 대비 16.1% 증가한 약 147조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과 가입자 수, 적립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118만개소에 달하는 전체 대상 기업 중 26.9%만이 퇴직연금을 도입하고 있어 도입 확대를 위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기업 규모(근로자수)가 작고, 고령근로자 비중이 높으며, 이직률이 높은 기업일수록 퇴직연금 도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체 패널조사에서 300인 이상 기업의 도입률은 81.5%인 반면 30인 미만 기업의 도입률은 50.7%로 기업 규모와 퇴직연금 도입률은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

기업 규모(근로자수)가 클수록 임금 수준이 높고 이직 및 퇴직자수가 많기 때문에 퇴직급여 지급 부담이 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일부 기업에서는 퇴직연금이 도입되기 전부터 퇴직급여충당금을 퇴직보험(신탁)에 적립해왔다.

50세 이상의 고령근로자 비중이 높은 기업 또한 퇴직연금 도입 시기가 늦어졌다.

고령자 비중이 25% 이하인 구간에서 퇴직연금 도입률은 72% 안팎이지만 고령자 비중이 증가할수록 47.8%까지 하락했다.

고령근로자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퇴직급여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퇴직금과 달리 퇴직연금의 경우 사외 적립금 의무 이행으로 재정적 부담이 커짐에 따라 퇴직연금 도입이 늦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최소 적립비율은 퇴직연금 도입 전 평균 근속기간과 도입 후 연차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증가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기준으로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선택한 9만8457개소 기업 중 최소 적립금에 미달된 기업은 5만10개소(50.8%)에 이른다.

이직률도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직률이 25%이하 구간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72% 안팎이지만 26~75% 이직률 구간 기업은  60.7~64.0%로 퇴직연금 도입률이 낮아졌다. 또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이 1년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직률 100% 초과’ 구간의 경우 퇴직연금 도입률이 25.9%로 크게 떨어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퇴직연금 도입 시기를 연차별로 비교한 결과 2010년 말 퇴직보험(신탁) 제도의 폐지가 퇴직 연금 도입 가속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2005년 12월부터 퇴직보험(신탁)의 신규 가입이 제한되고 기존 가입자도 2010년 말까지만 운용하도록 법이 개정됨에 따라 2005~2008년 동안 전체 대상 기업의 5% 미만이었던 퇴직연금 도입률은 2009~2012년 동안 10.7~14.4%로 크게 증가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조은영 경제분석관은 “2016년 이직, 퇴직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이전한 근로자는 78만8000명이며 이 중 해지자가 74만명에 이른다”며 “퇴직연금 도입은 기업과 근로자의 합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근로자에 의한 자발적 이직과 계약기간 만료 등에 따른 비자발적 이직 모두 퇴직연금 도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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