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퇴직연금시장이 가입자에게 운용권한이 있는 DC형 중심으로 전환되고 가입대상이 자영업자까지 대폭 확대되면서 가입자 교육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이란 가입자가 퇴직연금과 관련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낼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일차적 목적은 가입자의 수급권 보호이며 이차적 목적은 합리적 자산운용을 통한 노후자산 확보로 교육방식은 크게 퇴직연금 전반에 대한 ‘제도교육’과 ‘투자교육’으로 나뉜다.

◆근로자 35%, 가입자 교육 받지 못해

보험연구원이 최근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의 35%는 관련 교육을 전혀 경험하지 못했으며 교육내용 역시 부실해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가입 기업의 87.7%가 사업자에 위탁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제도 가입 후 계속교육을 받은 근로자는 14.3%에 불과했으며 기업의 32%는 가입자 교육의 법적책임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입자 교육 내용 또한 초보적인 퇴직연금제도 일반교육(40.2%)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으며 가입자 교육의 핵심인 투자교육을 받은 근로자는 21.7%에 머물렀다.

특히 투자교육을 받은 가입자가 교육 이후 원리금보장형에서 실적배당형 중심으로 투자상품을 변경한 후 94%의 가입자가 수익률 개선효과를 보인 결과는 투자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시사한다<표 참조>.

보험연구원은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법적책임이 엄격하지만 사업자에게 교육을 일괄 위탁함으로써 사용자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의 경우 가입자 교육의 법적책임이 기업에게 일차적으로 있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으며 교육내용도 매우 형식적이고 투자중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퇴직연금 규제완화 등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근퇴법 상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사용자는 매년 1회 이상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며 사업자에게 교육을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입자 교육의 일차적인 책임은 사용자인 기업에게 있지만 법적으로 금융기관 등 사업자에게 교육을 위탁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어 이차적 책임은 사실상 사업자인 금융기관이 지고 있다. 이러한 위탁관계로 인해 기업 스스로 가입자 교육에 큰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교육사항은 전반적인 제도내용과 DB형 및 DC형 제도 특성에 따라 규정하는데 각 제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퇴직연금제도와 세제, 노후설계에 관한 내용부터 DB형의 경우 부담금 납입, 급여액 수준 등 근로자 수급권과 관련된 사항을, DC형은 자산운용 방법, 수수료 수준 등을 교육한다.

사내게시 및 서면, 집합교육 등을 통해 교육하고 있으며 사업자에게 위탁 시 교육시기, 교육방법 등을 포함한 위탁계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 법개정 통해 단발성 아닌 ‘계속교육’ 강화

해외의 가입자 교육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과 영국은 가입자 교육의무가 법에 직접적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수탁자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가입자 교육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 ERISA법은 퇴직연금 플랜 운영관리 등 재량권이 있는 수탁자에게 충실의무, 주의의무 등 수탁자책임을 부여하는데, 이러한 수탁자 책임을 경감하기 위해 미국기업은 자발적으로 가입자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다.

미국 노동부는 가입자 교육을 위해 금융회사 등 수탁기관이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제공해야 할 운용상품정보를 제시하고 있으며 금융 및 투자정보, 자산배분 등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투자교육이 이뤄진다.

영국은 제도적 장치보다 사용자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가입자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에 강제성이 없어 세금혜택을 통해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만큼 근로자 대상 가입자 교육 또한 수탁자의 의무사항은 아니다.

반면 일본은 DC형 퇴직연금에 대해 법적·제도적으로 가입자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가입자 교육을 충실의무와 주의의무에 입각해 사용자에게 노력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제도 도입 후 지속적으로 교육의무를 부과하는 상황이다.

가입자 교육 가이드라인을 사용자 및 수탁자에게 통지하는 방식으로 제시하는데 기본적으로 기여한도액, 운용상품, 급여수령방법, 수탁기관 역할, 자산운용시 유의점, 리스크 종류와 내용, 분산투자 방식과 효과 등을 교육한다.

특히 일본은 최근 운용규제 완화 등으로 DC형 가입자의 운용상품 니즈가 보다 다양화되며 투자지식의 이해도 향상을 위한 ‘계속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법률개정을 통해 계속교육에 대한 사용자 배려의무를 명문화하고 기업연금연합회 등에서 계속교육 방향을 설정해 계속교육 시행을 권장하고 있다.

직장인 인생설계, DC제도 자산운용방법, PDPA(Plan, Do, Check, Action) 사이클 이해, 자산배분 등 법령상에 예시된 교육사항, 연금제도 전반 및 은퇴설계를 교육하고 집합교육이나 가입자별 차등교육, 테마별 교육 등을 병행하고 있다.

◆교육의 질적 향상 위해 담당자 자격제도 도입

선진국에서는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격제도 도입 및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연금전문가 교육과 전문가 자격증제도 등을 통해 퇴직연금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대표적인 자격제도인 RPA(Retirement Plans Associate)에 401(k) 플랜, IRA와 관련된 지식등을 포함시켰다.

영국은 가입자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기업 퇴직연금 담당자의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감독규정에 수탁자의 전문지식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도 상공회의소와 일본 DC협회에서 DC플래너와 DC어드바이저 등 퇴직연금 관련 자격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으며, 2016년 퇴직연금연합회가 주관하는 퇴직연금 관리사 자격제도를 별도로 도입하는 등 가입자교육 담당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 수탁기관들도 전문회사를 통한 교육서비스 제공, 전문교육조직 운영, 가입자별 맞춤형 교육 등을 통해 교육서비스를 차별화하는 추세다.

J-PEC(Japan Pension Navigator) 등과 같은 운영관리 전문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해 퇴직연금 가입자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며, 일본의 손보재팬 DC의 경우 가입자교육 전문조직을 개설하고 다양한 교육자료 등을 개발해 교육서비스의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의 경우 가입자교육 모범사례를 공시하고 주기적인 가입자교육 실태조사 등을 통해 가입자 교육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가입자 교육 제공 경험이 부족한 기업들을 위해 퇴직연금 교육제공 모범사례를 조사해 웹사이트에 공지하고 있으며, 가입자 교육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가입자 교육 실시를 포함한 DC형 제도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민간기관에 위탁 시행하고 있다.

◆총체적 교육부실 문제…제도개선 통해 해결해야

우리나라는 기업의 30.5%가 일차적으로 가입자 교육의 법적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가입자 교육에 대한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이다.

보험연구원은 “기업이 금융기관에 가입자교육을 위탁해 교육책임 모두를 전가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하며 기업과 금융회사 간 역할 분담 차원에서 가입자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평가하는 역할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회 이상 교육 실시 규정이 있지만 일본처럼 계속교육에 대한 사용자 책임은 명문화돼 있지 않다. 따라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용자에 대한 계속교육 의무규정을 마련하고 교육 정도를 반영한 성과를 명확히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교육 미시행에 따른 페널티 부여와 함께 교육이 충실히 이뤄졌을 경우 인센티브 부여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등처럼 필수적으로 교육해야 하는 교육 가이드라인과 가입자교육 내용 표준화(매뉴얼화)도 요구된다.

국내 근퇴법을 살펴보면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 내용이 광범위하게 명시돼 있지만 어느 범위까지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불명확해 최소한의 교육 가이드라인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가입자의 투자운용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투자상품의 운용방법 교육을 강화하고 근퇴법의 투자교육사항에 투자상품의 예상수익률 및 위험정도, 투자상품 운용수수료, 투자방법 등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가입자 교육에 대한 현장 실사나 교육내용 평가 등 정책적인 제도 개선도 요구된다.  

보험연구원은 “사용자의 퇴직연금 사업자에 대한 책임 전가 등 총체적인 가입자 교육 부실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결과에 대한 가입자 평가와 외부 퇴직연금 전문기관의 평가 등 다면평가제도 운영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가입자 교육은 교육 참여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고 교수 방법 등 많은 기술적 측면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처럼 수탁기관이나 사용자의 가입자 교육 모범사례를 정부차원에서 발굴해 교육기법이 공유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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