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상당수 70세 넘어서며 최대 경영과제로 등극
자산액 많은 고령자 대상 적극적 영업활동 전개

1998년 일본의 증권업이 등록제로 바뀐 후 지난 20년간 일본 증권시장은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과 함께 재편된 경쟁구도 속에서 고객의 고령화로 인한 큰 변화가 보이고 있다.

1990년대까지 일본 증권업은 노무라, 다이와, 닛코, 야마이치 등 4대 대형종합증권사가 압도적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버블경제 붕괴 후 많은 중소 증권사들이 도산하게 됐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특화증권사가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등록제가 도입됐다.

1998~2015년 동안 신규 진입한 일본 증권사(외국계 제외)는 약 220개사에 달하고 폐업하거나 합병으로 퇴출된 증권사도 약 230개사에 달하는 등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주식거래 위탁수수료가 1999년 완전 자유화되며 온라인 증권사는 낮은 수수료와 함께 20~30대 젊은 투자자 층을 타켓으로 등장했으며 2014년 기준 전체 개인주식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일본 증권업은 지난 20여년간 새로운 유형의 증권사가 진입하면서 고객층과 지역별로 시장분할이 비교적 잘 이루어졌지만 점차 안정적인 경쟁구도에 영향을 끼칠만한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모든 변화의 움직임은 인구의 고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먼저 고객의 고령화는 일본 증권서비스 수수료 체계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금융청은 2016년부터 ‘저축에서 자산형성으로’라는 표어를 내걸고 자산형성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투자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은행과 신용금고의 저축잔고는 1000조엔에 달하지만 2016년말 시점 펀드보유액은 96조엔에 불과했다.

높은 자산액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고령층들은 증권사가 자사 이익만을 앞세워 최적의 투자상품을 팔지 않는다는 불신이 커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경향이 많았다.

일본 금융청은 수수료가 높은 상품판매를 높이려는 유인을 줄인다면 고령층의 신뢰도도 함께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2017년 3월 고객 중심의 업무운영에 관한 원칙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의무적으로 고객중심의 서비스를 보다 높은 차원에서 제시하도록 구체적인 운영방침을 제시해야 하지만 실제 증권사의 리테일 영업에서 이러한 지침이 어떻게 반영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고령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활동도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1980년대 버블경제 시기에 30~40대였던 고객들이 증권투자를 시작한 후 점차 고령화되며 일본 증권업계는 고령화 대응이 최대의 경영과제가 됐다. 일본 증권사들은 최근까지도 75세 이상의 고객을 고령자로 보고 자율적인 영업활동을 제한해 왔지만 점차 75세 이상의 고령층에게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점포형 증권사의 경우 상당수의 고객이 이미 70세를 넘어서며 올해부터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고객의 기업승계 및 상속 등에 대해 조언이 가능한 전문가를 전국 지점에 배치하는 등 증권업무 이외의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에서는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많은 부유층 고객 정보를 가지고 있는 메가벵크 계열의 증권사가 보다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는 온라인 증권사와 점포형 증권사의 경쟁구도 또한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점포형 증권사는 지금까지 새로운 젊은 세대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보다는 온라인증권사에 기존 수익원을 빼앗기지 않는 데만 주력해왔다. 하지만 기존 고객들이 점차 고령화되며 점포형 증권사들도 신규 투자를 통해 젊은 투자자 층에 대한 공략에 나서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과 합작해 온라인증권사를 설립했으며 다이와증권도 핀테크업체와 설립한 온라인 증권사를 통해 4월부터 주식위탁수수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젊은 고객층을 확장하기 위한 이들의 시도는 기존 온라인 증권사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 장정모 연구원은 “일본 증권사들에게 고령화는 오랜 시간 큰 과제였지만 지금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며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본의 현재의 고민이 곧 다가울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로 인한 일련의 변화들이 일본 증권업을 어떤 모습으로 바꿀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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